[민주신문=신상언 기자] 0.05초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지난 7월 24일 싱가포르 크란지경마장에서 열린 ‘KRA 트로피 경주(1200M, 폴리트랙, 3세 이상, 총 상금 25만 싱가포르 달러)’에서 대한민국 기수들이 입상의 꿈을 접어야 했다.

3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한 가운데 기대주였던 ‘파랑주의보’가 5위와 0.05초 차이로 6위를 기록, 나머지 두 경주마는 9위와 10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입상이 좌절된 우리 기수들의 노고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또다시 놓친 입상 꿈

싱가포르 경마 시행체인 터프클럽(Singapore Turf Club, STC)이 개최한 이번 대회 출전두수는 총 10두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은 3마리의 경주마를 출전시켰다. 기대주 ‘파랑주의보’와 ‘트리플파이브’, ‘올웨이즈위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2015년 정예멤버였던 ‘천구’, ‘감동의바다’, ‘노바디캐치미’에 비해 올해 경주마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주란 막상 뛰어보기 전까진 모르는 것. 경기에 나서기 전 김순근 조교사는 “뛰어봐야 안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악재가 잇따랐다. ‘원정에 따른 경주마 컨디션 악화’, ‘현지 환경 적응 실패’ 등이 경주마의 발목을 잡았다. 쟁쟁한 싱가포르 경주마들 속에서 나름 선전을 펼쳤지만 끝내 입상에는 실패했다.

경주기록이나 레이팅 면에서 가장 기대치가 높았던 ‘파랑주의보’가 5위와 0.05초 차이로 6위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트리플파이브’, ‘올웨이즈위너’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 속 분전

“재작년 일본 오이경마장에 출전했을 때보다 더 컨디션이 나빴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김순근 조교사는 싱가포르 원정경주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국의 기대주였던 ‘파랑주의보’가 출국 전부터 식사를 멀리하며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선 더욱 악화돼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시름 거렸다. 김 조교사는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땐 출전자체가 불투명할 정도”였다며 “현지 수의사가 적절히 조치를 취해준 덕분에 출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김순근 조교사의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도 ‘파랑주의보’는 선전해줬다. 기대마의 저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당일 경주에서 특유의 추입력을 선보이며 막판에 2~3마리의 경쟁자를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경기기록은 1분 12초 47. 자신의 최고 기록과도 0.3초 차이에 불과할 만큼 좋은 기록이었다. 최악의 컨디션임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쉬운 기록이기도 했다.

이에 김 조교사는 “폴리트랙이 모래주로보다 가벼운 점을 감안 시 2초 정도는 줄였어야 했다”며 “바람대로 됐다면 입상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굿뉴스(GOOD NEWS)’의 기록은 1분 11초 18이었다. ‘파랑주의보’와 5위와는 단 0.05초 차이였다. “추입작전도 좋았고 작전대로 기수도, 말도 잘 달려줬다. 말 상태만 좋았다면...” 0.05초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KRA 트로피 경주는 렛츠런파크 서울에 생중계 돼 당일 방문한 수만 명의 경마팬들이 한국경주마들의 도전을 함께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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