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여자 장그래’ 인생 캐릭터 연기

▲박하선은 최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tvN ‘혼술남녀’에서 노량진 학원가에 갓 입성한 신입 강사 박하나 역을 맡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박하선은 내세울만한 스펙과 인맥이 없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절실해야만 했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만들었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배우 박하선(29)이 오랜 공백을 깨고 TV로 돌아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하선은 여타 여배우와는 달리 망가질수록 더욱 아름다운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그리고 그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을 만나 새로운 인생작을 탄생시켰다. 박하선은 최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연출 최규식·정형건, 극본 명수현·백선우·최보림)’에서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 노량진에 갓 입성한 신입 국어강사 박하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짠내나는 삶에 일명 ‘노그래(노량진 여자 장그래)’로 불리며 청춘을 대변했다.

SBS 드라마 ‘유혹’ 이후 2년 만에 안방 복귀 로코 퀸의 위엄
노량진 학원가에 갓 입성한 신입 강사 박하나 역 맡아 열연

“제가 다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제 막 드라마를 마친 박하선의 첫 소감은 굉장히 의미가 컸다. 그에게 다시 인터뷰할 기회를 준 작품, 결국 그가 다시 연기할 기회와 용기를 준 작품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

매니저를 사칭한 사기꾼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 2편의 작품을 놓쳤다. 여기에 광고 출연료까지 못 받게 되면서 힘든 시기가 계속됐다. 박하선에게 있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SBS 드라마 ‘유혹(2014)’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2년을 보냈다. 연기에서는 공백기, 인생에서는 암흑기를 보낸 박하선은 “오히려 이 시간이 있어서 모든 게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2’로  다시 기지개를 펴는 듯했지만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하선은 “‘유혹’ 때까지만 해도 휴식 없이 일을 이어오면서 쉬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배부른 소리였다. 준비도 됐고 상태도 좋았지만 본의 아니게 오래 쉬었다. 위기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공백기+암흑기’ 박하선은 자신이 했던 연기를 다시 보고 반성하며 소중함을 생각했다. 그는 “바쁜 스케줄로 피곤하고 힘들 때면 당시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때 공백기가 없었으면 아직까지도 일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을 것 같다. 그 일 이후 조금은 철이 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2년을 보낸 박하선은 운명처럼 ‘혼술남녀’의 박하나를 만났다. 박하나는 노량진에 갓 입성한 햇병아리 강사로, 어설픈 스펙으로 늘 무시당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밝은 캐릭터다. ‘노그래’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이 캐릭터 속에 녹아있다.

첫회부터 화끈하게 망가진 박하선은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활약했던 만큼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무서웠고 걱정도 많았다. 복귀하는 데 의미를 두고 발연기(연기를 못해 마치 발로 하는 것 같다는 의미의 신조어) 소리는 듣지 말자고 목표를 잡았다. 욕심을 많이 내지 않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혼술남녀’는 박하선을 위한 맞춤옷이었다. 매 순간 절실해야 했던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잘 녹여내 크고 작은 울림을, 물 오른 코믹 연기로는 웃음을 줬다. 웃음과 감동 코드를 모두 잡은 박하선은 ‘혼술남녀’로 인생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

차기작은 영화 ‘청년경찰’

박하선은 “정극 이미지가 ‘하이킥3(2011)’, 영화 ‘음치클리닉(2012)’ 등을 하면서 없어져서 MBC 드라마 ‘투윅스(2013)’,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2014)’ 등을 통해 되찾고자 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쉬게 되면서 내가 재밌어야 시청자들도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2년의 공백은 다시 일상 연기를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박하나를 만난 소감을 전했다.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박하선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더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더 망가질 수 있었다. 촬영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할 수 있었겠더라. 만약 ‘혼술남녀’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다 던져서 하고 싶다. 더 망가지고 싶다”고 시즌2 출연을 희망했다.

박하선은 시즌2에 출연한다면 새로운 등장인물로 염두에 둔 배우가 있냐는 물음에 “하정우씨와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답했다. “극중 라면 먹는 신에서 ‘하정우 만큼 라면 잘 먹는 여자를 발견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 삼겹살도 잘 먹어서 먹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술은 몰라도 먹는 건 계속 먹을 수 있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박하선은 또 “의사 역할이나 장희빈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른 즈음이 되니 팜므파탈도 가능할 것 같다. 나름 잘 뜯어보면 섹시한 구석이 있는데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서 권투나 마라톤 선수 역할도 해보고 싶다. 인간적인 악역이나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속 악역처럼 인간 아닌 악역을 해보고 싶다”면서 하루빨리 또 다른 인생작을 만나기를 바랐다.

박하선은 최근 차기작으로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의 출연을 확정했다. ‘청년경찰’은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뿐인 두 경찰대 학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물. 박하선은 극중 경찰대 훈련단장 주희 역을 맡아 박서준(27·본명 박용규), 강하늘(26·본명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다. 냉철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 인간적이고 속 깊은 면모를 지닌 인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박하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둠을 겪었기 때문에 빛이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 2년이라는 공백기는 박하선에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 서른 즈음에 ‘제2의 전성기’ 문 앞에 선 박하선. 그가 그려낼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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