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부터)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뉴시스)

악마는 디테일…대선 경선룰 놓고 신경전
文 「군계일학」 ↔ 李‧安‧朴‧金 배수의 진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대선 체제에 돌입했다. 다수의 유력 대선주자를 보유해 당내 경선은 ‘죽음의 조’로 불린다. 

경선을 통과하면 청와대 입성이 가시화될 수 있다. 대한민국 양궁이 국가대표 선발전만 통과하면 “메달은 따 논 당상”이라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이에 유력 대선주자들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경선룰에 대해서도 서로 셈법이 다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군계일학’이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은 배수의 진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재명 시장과 유력 주자의 연대가 이뤄지면 문 전 대표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설 연휴(27~30일) 전까지 대선 예비경선 후보접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 지난 9일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룰을 만드는데 착수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헌당규위 1차 회의에서 “각 후보의 의견을 존중하고,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경선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당은 공정하고 투명한 후보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각 후보 역시 당의 화합과 대선 승리를 함께 한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이 경선룰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면서 대선주자들 역시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와 기타 방식의 혼용 ▲결선투표제 도입 ▲모바일 투표 ▲숙의배심원제 ▲촛불공동경선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 중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룰을 정할 당헌당규위는 양승조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각각 위원장,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위원으로는 원내에서 홍익표‧한정애(재선), 안호영‧신동근‧박정(초선) 의원이 임명됐다. 

외부인사로는 박상철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박희승 변호사(전 부장판사, 안양지원장), 김유은 교수(한양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임명돼 총 10인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헌당규위원회의 구성은 외부에서 우려하는 계파와 관계없이 꾸려진 듯하다”며 “추미애 지도부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외부인사의 비율을 적절히 배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방향

대선 경선룰과 관련 당내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당에 백지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재명 성남시장은 2000~3000명의 투표권자가 후보들의 연설과 토론을 청취한 후 투표하는 ‘숙의배심원제’를 제안한 상태다.

김부겸 의원측은 결선투표와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3당이 참여하는 촛불공동경선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박 시장은 12일 이에 대해 “광화문 광장과 각 지역 광장에 투표함을 설치하고 천만 촛불 민심을 경선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획기적 방안에 모든 주자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매우 짧은 조기 대선 과정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시간적으로 쉽지 않고, 단일화의 실패 시 본선 패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참여하는 통합적 경선만이 필승 카드”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해 궐위에 따른 선거(보궐선거)로 치러질 경우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외국 입법례를 보면 14일 정도로 결선투표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일반투표밖에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 vs 비문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다수의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한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후보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과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2012년 대선 경선과 2015년의 당대표 선거의 룰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바로 문재인 전 대표가 우세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두 선거 모두 ‘문재인 對 비문재인 연합’ 구도가 이뤄졌지만 문 전 대표가 승리하면서 각각 대선 후보자, 당대표가 됐다.

201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룰은 외부 비중을 높인 여론조사 방식의 예비 경선을 통해 총 4800명(국민 50%, 당원 50%)을 대상으로 예비 경선을 진행했다. 

본 경선은 신청자 누구나 참여하는 1인 1표인 완전국민경선으로 진행됐다. 또한 2015년 2.8전대는 당원비중을 높여 모바일 투표를 폐지하고,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일반당원여론조사 10%, 국민여론조사 15%로 진행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압도적 지지율로 청와대 입성을 노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후보들의 경쟁이 가열될 경우, 서로 물고 뜯는 갈등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혈투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유력 대선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자칫 경선이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할까 우려스럽다”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후보간 비토가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부정적인 모습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과 결국은 한 팀이라는 것을 각 대선후보 캠프마다 인지했으면 한다. 본 게임은 바로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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