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무엇이든지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한 달여간 ‘체험 삶의 현장’ 기사 작성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며 얻은 결론이다. 공사현장 일일노동, 유기견 돌봄이, 달걀빵 노점상 등 사회 곳곳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봤다.

그동안 이러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흔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곳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살아간다. 때문에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전해 듣거나 스쳐 지나본 몇 가지 사실만으로 편견을 갖기 일쑤다.

체험 삶의 현장을 진행하면서 ‘일견’의 가치에 대해 깨달았다.

그동안 갖고 있는 편견들을 경험을 통해 조금은 깰 수 있었다. ‘공사현장 인부들’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편견들이 있다.

하루벌이로 술이나 사 먹는 사람 혹은 가난하고 허름한 이미지들이다. 대개 부정적인 편견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 현장에서 마주한 그들은 ‘기술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세분화된 일에서 각자만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능하고 못나서 더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한 것도 아니다. 각자만의 사연이 있다.

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눴던 ‘일견’은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왔다. 노점상인, 유기견 돌보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상을 경험하면서 나름의 고충과 애환을 알게 됐다.

백문불여일견이란 말을 정부에게 고하고 싶다. 정부는 사회 곳곳의 실상과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는다. 자연히 현실적인 정책과 대안들을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달걀 값 폭등에 달걀 수입 정책을 내놨지만 달걀 사재기 등에는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 사재기로 인한 재료값 폭등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많다. 애견인 1000만 시대를 맞아 관련 산업이 부상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유기견 문제에는 눈을 감는다.

정부 지원금이 전무하다는 유기견 센터직원의 한숨이 잊히지 않는다. 전해 듣거나 스쳐 지나 본 ‘백문’들로만 정책을 입안하려고 한다. 서민들을 직접 만나 ‘일견’해보고 보다 나은 정책을 내놓을 고민은 하지 않는다.

탁상공론(卓上空論).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이란 뜻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행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부터 정권 초기부터 ‘불통’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직접 민생을 살피지 않고 불통으로 일관한 지 4년도 채 되지 않아 민생은 파탄 났고 정부는 무력화됐다.

정부가 ‘백문’보다 ‘일견’에 치중했다면 조금 더 서민들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지도자가 탁자를 걷어치우고 조금만 더 ‘체험 삶의 현장’인 민생 속으로 들어갔다면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백문불여일견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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