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박정익 기자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안풍(安風)-안희정’이 심상치 않다. 대선 레이스 초반 3%대 ‘찻잔 속 태풍’에서 이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자구도’를 형성하는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지율 역시 마의 20%대를 돌파했다. 이에 문 전 대표 대세론이 안풍의 영향권에 안에 들어오면서 대선판 자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이 됐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을 흔든 것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합리적 진보’를 앞세운 소신 발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 넘는 지지층 결집은 본선보다 뜨거운 예선(민주당 경선)전을 만들면서 정치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3주차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0.4%p 하락한 32.5%, 안 지사는 3.7%p 상승한 20.4%로 집계됐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지난주 16.2%p에서 12.1%p로 줄이면서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안희정 지사는 충청(안희정 32.2% 문재인 30.0% 황교안 14.4%)과 세대별 지지율 50대(안희정 25.8% 문재인 23.5% 황교안 19.0%)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점차 외연확장을 넓히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중도 하차로 인해 충청표심과 중도‧보수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안 지사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그의 발언과 대선 행보 등에 대한 검증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모양새다. 더욱이 ‘대연정’으로 지지율을 높인 안 지사가 ‘선의’ 발언 논란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해낼지가 주목된다.

정치권은 안 지사가 검증과 논란을 이겨낼 경우, 2002년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풍(盧風)을 재현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점

안희정 지사의 강점으로는 확장성과 안정성, 젊은 패기, 균형감 등이 꼽힌다. 또한 충청이라는 지역 기반과 함께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기반도 천군만마다.

안 지사는 그간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원칙과 소신을 중시했다. 선거캠프도 같은 맥락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지사 선거캠프의 박수현 대변인은 기자들과 이야기를 할 때 ‘선거 공학적, 정치 공학적 유불리’가 아닌 ‘원칙과 소신’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눈에 띈다.

조이환 민주당 충남도의원은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는 도정 초기부터 변함없이 이견이 큰 사업에 대해 도의회를 장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간극을 줄이려 노력했다”며 “안 지사는 의회의 고유 권한을 무시하지 않고, 의회의 틀 안에서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핵심은 다양한 의견이나 이견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충남도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했다”며 “상대당이 비난하거나 질책을 할 때에도 안 지사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사로서의 답변을 통해 협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선거캠프 김진욱 공보특보도 안 지사의 강점에 대해 “지금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것 같다”며 “‘선거 캠패인을 잘한다’, ‘이미지를 잘 맞췄다’, ‘쌘 발언‧공약’이 아닌 그 사람이 주는 신뢰감”이라고 밝혔다.

김 특보는 또 “상식에 기반 한 발언과 현 대한민국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습들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잘 해낼 것 같은 믿음을 주는 것”이라며 “안 지사는 명확한 국가운영 비전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연확장이라는 강점도 있지만 ‘5천만의 대통령’이라는 말한 후보는 안희정 후보밖에 없다. 국민을 피아로 가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경선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단지 남은 보수표가 모여들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단지 보수의 표만 모인다면 당내 경선은 치르나마나 아닌가”라며 “우리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이기리라 보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빨간불

야권 일각에서는 안희정 지사의 바람과 함께 안 지사의 대연정론, 사드배치 불가피성, 선의 발언 등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안 지사의 우클릭 발언에 대해 위장이라며 되레 경계하는 모양새도 포착되고 있다.

마의 20% 지지율을 넘기는 지렛대 역할을 했던 소신 발언이 때로는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의’가 바로 그것. 안 지사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안 지사는 19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평가하며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라고 언급했다.

안 지사는 ‘선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20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으로,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든 제가 그들을 비호하다니요”라며 반어법적 비유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그의 선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대선경선에 참여하는 익명의 지지자는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안 지사의 발언은 현격한 퇴행이다. 물러설 필요가 없는 전장에서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장수라면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노무현 적자 타이틀과 보수진영 표를 동시에 의식하다보니 자꾸 논리의 곡예를 하게 되고 위태롭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즉문즉답 행사에 참여한 A씨(20/남)는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이 언론에서 말하는 만큼의 심각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두 대통령에 대해 비하하기보다 ‘믿고 싶다’는 안 지사의 생각이 반어적인 표현이라고 이해했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웃음도 많고 밝았다”고 전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직설법이건 반어법이건 그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를 끝까지 따라다녔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는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항변성 반어법 표현에서 유래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직설법이건 반어법이건, 그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희정 선거캠프 이동학 총괄부본부장은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청중을 위한 위트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의도와 다르게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지지들에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수용하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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