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올해도 슈퍼주총데이가 개막했다.

17일 현대자동차와 LG 등 178개사가 주총을 개최하고, 24일에는 928개사가 예정돼 있다. 17일과 24일에만 총 1006개사의 주총이 열리면서 주주 의결권 행사 침해라는 해묵은 논란이 재현됐다.

올해 주요 이슈는 정국 혼란과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극복할 경영 전략 제시다. 또 삼성 등의 지배구조개편 등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오너 경영자 재선임 등을 통한 책임경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주총회가 17일과 24일에 집중되면서 올해 역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또 최순실 사태 여파로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이라는 점도 주주행동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조기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LG전자 GS레테일 효성 농심 등 상장사 178개사가 이날 주총을 연다. 사드 배치 직격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들의 주총도 같은날 집중됐다. 24일에는 삼성전자 KT SK이노베이션 ㈜한진 등 928개사가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제49기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차의 제2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가 관심을 모았으나 별다른 잡음 없이 의결됐다.

현대차 이사들의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50억원으로 동결됐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전년과 같은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한 총 4000원을 배당키로 의결했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제40기 정기총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이태운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와 이병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재선임했다. 사외이사 5명 등 이사 9명의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으로 동결됐다.

LG전자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조성진 부회장의 단독 CEO 체제 구축을 위한 이사 정원 축소 등의 의안을 통과시키고 올해 수익 확대와 성장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대강당에서 제15기 정기주총을 열고 이사 선임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신규선임 건, 제15개 재무제표 승인 건 등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LG전자는 이날 정기주총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본부 책임경영을 지향한 기존의 3인 대표체제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1인 CEO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국내 3대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사옥에서 '제2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주당 250원에서 350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가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사진=뉴시스

LG유플러스의 배당금은 2015년 주당 150원에서 지난해 250원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35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당기순이익 30% 수준의 배당성향'이라는 주주가치 제고 일환이다.

또 LG유플러스는 이날 2016년 영업수익(매출에서 단말기 매출을 제외한 매출) 9조275억원, 영업이익 7465억원, 당기순이익 4927억원을 기록한 재무제표를 승인했다. LG유플러스는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박상수 교수는 감사위원을 겸임한다. 또 이사 보수한도 등에 대한 의결도 통과됐다.

이밖에 LS산전은 구자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효성은 김규영 사장을 신임 등기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할 예정이며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날 신임 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지배구조개편

24일 슈퍼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지배구조개편이다. 삼성은 이날 삼성전자와 생명, 카드, 전기 등 주요 계열사 주총을 연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에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이 총수 부재와는 별개로 지주사 전환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관련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추진 방향을 주주들과 공유할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그룹’을 뗀 삼성의 자율경영이 계열사 수주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 건설계열 3사인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의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이슈도 '지주사 전환'이다. 안건으로 상정하지는 않았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을 잡은 만큼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핵심 계열사들의 인적 분할과 합병 등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GS건설 등기이사 재선임을 추진하며 한진그룹도 이날 조양호 회장과 아들 조원태 사장이 ㈜한진 등기이사에 다시 오른다.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4층 SUPEX홀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박정호 사장의 사내이사 공식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임기는 3년이다. KT도 정기 주총을 열고 연임이 확정된 황창규 회장을 재선임한다.

주주행동주의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17일과 24일에 집중되면서 올해 역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졌다. 또 최순실 사태 여파로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이라는 점도 주주행동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상장사들의 주총이 3월 중순과 하순 금요일에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주총이 동시에 열리면 시간적·물리적 제약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 집결이 어렵다.

아울러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을 도입하는 상장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활용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실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자투표를 이용한 주주의 비율은 평균 0.90%에 불과하다. 행사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면 1.76%만 전자투표를 이용했다.

금융투자전문가들은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펀드와 같은 기관투자가가 가입자들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관리의 원칙을 말한다.

2010년 영국이 처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남아공,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이를 준용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7대 원칙으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다. 그러나 300여 개가 넘는 기관투자자 중 현재까지 8개 기관(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NH-Amundi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제브라투자자문)만이 코드 참여 예정을 밝혔을 뿐 공식적인 참여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익명을 밝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되면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행사와 적극적 주주제안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동안 무리하게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오너 일가가 포함된 이사들의 과도한 보수 등에 대해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