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약을 대량으로 밀수·판매한 LA 한인갱단 조직원 허모(35)씨 등 3명과 국내 판매총책 이모(28)씨 등 13명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뉴시스

LA 한인갱단 수십 억 마약 거래에 비트코인 악용

익명성의 폐해…관련법 정비·해외 수사 공조 필요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전자 가상화폐로 각광받고 있는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 방식을 적용해 보안성이 뛰어나고 거래가 간편해 미래의 화폐로서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익명성이 보장돼 범죄 집단의 돈 거래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들어 마약·음란물·해킹 관련 범죄에 비트코인이 잇따라 거래됨으로써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거래내역 조회는 가능할지 몰라도 누가 거래를 하고 있는지 정확한 주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범죄 조직으로 흘러간 비트코인을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범죄에 비트코인이 개입되는 사례는 향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조차 제시되지 않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약을 대량으로 밀수·판매한 LA 한인갱단 조직원 허모(35)씨 등 3명과 국내 판매총책 이모(28)씨 등 13명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7개월간 대마 10kg, 필로폰 350g, 엑스터시 80g 등 시가 23억 원 상당의 마약을 밀거래했다.

문제는 이들 조직이 마약을 판매한 뒤 돈 대신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주된 거래수단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온라인 가상화폐의 특성상 신분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대마 4㎏(시가 4억4000만 원), 필로폰 100g(시가 3억3000만 원), 엑스터시 50g(시가 2700만 원), 마약 판매대금 1억2800만 원(현금 6800만 원·비트코인 6000만 원), 대포폰 25대 등 모두 9억 원 상당의 금품을 압수했다. 수사기관이 범죄에 사용된 비트코인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범죄집단 돈거래 수단으로 전락

경찰 관계자는 "판매자와 구매자 등을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고 이들의 판매수익을 몰수하는 등 마약 밀수 조직 및 다량의 마약 판매조직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다만 허씨가 소속된 LA 한인 갱단은 조직원이 100여 명에 달하지만 한국에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경찰은 미국마약수사국(DEA)과 공조를 강화해 국제우편을 통해 마약을 보내온 미국 현지 공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2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이버해킹 집단도 랜섬웨어의 공격을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한 시점부터 약 10일간 전 세계 150개 국에서 30만 건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에서는 내무부 컴퓨터 1000여대가 감염됐고 은행·통신사·경찰·병원 등 국가 기관 내 네트워크 시스템에 큰 피해가 발상했다. 독일, 중국 등 나라에서도 국가 중요 시스템이 마비되며 피해가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해 기업이 속출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랜섬웨어로 국내 기업 14곳이 피해를 입었다. 국내 대형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 전 광고 화면에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에 감염됐다며 비트코인을 지불하라는 랜섬노트(협박메시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해커들은 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잡고 3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72시간이 지나면 600달러로 늘어났으며 7일이 지나면 파일을 복구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들 해커 조직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7만 달러(약 7800만 원) 이상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미국에 서버를 둔 회원 121만여 명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club' 운영자가 사이트 개설 3년5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사이트 운영자인 안모(33)씨는 자금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을 통해 수억 원의 불법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수사 중 찾아낸 안씨의 비트코인지갑 14개에는 총 216BTC(4억6000만 원 상당)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거래내역 조회는 가능할지 몰라도 누가 거래를 하는지 정확한 주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거래주체 파악 불가능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은 비트코인이 가진 익명성 때문이다. 사이트에 따라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없이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정보보안업체 안랩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필요한 전자지갑은 숫자와 문자가 뒤섞인 고유의 주소를 가지며 익명성이 뛰어나 각종 불법자금거래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

비트코인의 거래에 관한 송·수금 기록은 남아있지만 정작 그 주체가 누군지는 철저히 가려진다. 때문에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신원은 알 수 없지만 자금거래 추적은 가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최종적으로 현금으로 인출될 때 추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치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관련법과 사후 관리는 미비한 상태다. 아직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비트코인에 관한 법안 마련과 국제 수사공조 체계 정비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팀장은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며 “일단 거래투명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으며 현재 금감원과 금융위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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