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 포항 부생가스복합발전소(왼쪽)와 SK가스 판교 본사(오른쪽) 전경.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쳐

SK가스 당진에코파워, 포스코에너지 삼척포스파워 ‘빨간불’

예상이익 더하면 손실 규모 조 단위… 정부 정책 예의주시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SK그룹과 포스코가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 친환경ㆍ신재생 정책 추진에 따라 수 천 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SK가스와 포스코에너지가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투자하고 추진하던 발전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력산업 특성상 정부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적잖아 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해당 기업들은 새 정부 탈석탄 정책의 세부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세부 사항이 어떤 모양새를 띄고 나오든 피해는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끓이고 있다.

반면 탈석탄이 반가운 업계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건설업종이다. 전력 수급이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LNG발전소로 축이 옮겨져 새 일감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편집자 주>

SK가스와 포스코에너지가 정부의 석탄발전 중단 결정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탈석탄 친환경ㆍ신재생 방침을 밝히면서 막대한 피해를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혀 투자한 수 천 억원이 공중분해로 사라질 위기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8기다. SK가스가 주도하는 당진에코파워 1ㆍ2호기와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고 있는 삼척포스파워 1ㆍ2호기 두 곳이다. 현재 공정율은 0%다. 두 곳 모두 본격적인 첫 삽을 뜨지 않았다.

공정율 10%대 석탄화력발전소 제동 가능성

우선 SK가스는 당진에코파워 1, 2호기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당진에코파워는 2014년 11월 KDB산업은행과 동부건설이 보유한 당진발전 지분 60%를 2100억 원에 공동 인수한 자회사다. 인수지분은 45%로 자금은 1500억 원이 들었다. 당진에코파워는 2015년 12월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지분 6%를 추가로 취득하기도 했다.

현재 당진에코파워 1, 2호기는 관계당국의 인ㆍ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탈석탄 방침에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SK가스는 당진에코파워 1, 2호기 발전소 건설 추진이 공정률 10% 기준에 걸려 무산될 경우 지분 인수 비용, 설계비용, 인건비 등 2000억 원 이상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사업 중단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정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믿고 2014년 9월 4311억원을 들여 옛 동양파워(현 포스파워)를 인수했다. 총 투자 비용은 지분 인수, 환경영향평가 등 대략 5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파워는 지난달 삼척포스파워 1ㆍ2호기 건설 인허가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고 다음 달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3년 2월 18기의 석탄화력 및 LNG복합 발전소 추가 건설(1580만㎾ 규모)이 확정된 안이다. 이 가운데 3분의 2인 12기의 발전소(1074만㎾)가 석탄 발전소로 건설할 계획으로 잡혔다. 정부는 석탄화력 발전소 증설을 핵심으로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학생들 대표로 신혜원(5학년)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세먼지가 유발한 탈석탄 전력 수급

탈석탄 전력 수급으로 정책 방향을 튼 것은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계수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에 비해 석탄화력발전소는 약 1800배 가까운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또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중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10.6% 수준이나 오염물질 배출량 비중은 전체의 19.4%에 달한다는 점도 탈석탄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세먼지 주의보는 총 86회 발령됐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횟수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발생 일수는 8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했다.

더욱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당 36㎍으로 최근 3년 평균(30㎍)을 넘어섰다. 이는 미국과 일본 기준의 2배를 초과한 수치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산화탄소가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방출되고 있다. 석탄발전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자력에 비해 100배 많다. 사진=뉴시스

결국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책으로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3호 업무지시로 30년 이상 발전소를 내달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하고 내년부터는 3~6월 가동 중단을 정례화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또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공정률이 10% 미만인 발전소는 준공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에 따라 30년 이상 된 8곳은 다음 달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되고 내년부터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3∼6월 4개월 동안 가동을 멈춘다. 가동 중단에 따른 미세 먼지 감축 효과는 약 1~2%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토대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반을 LNG발전으로 포커스를 맞춰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업계는 탈석탄 정책의 세부그림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라 탈석탄 정책 진행 상황을 보고 있다”며 “기존 프로세스 과정에 따라 화력발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부 전력수급 정책 선회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재검토 하는 것으로 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부적인 사항이 나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소송 불가피, 건설업체는 수주 반색

각종 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 발전사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이 무산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이 취소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투자한 돈이 수천억원에 이르고 향후 발전소 건립 후 가동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한 이익까지 감안하면 손실 규모가 조(兆) 단위로 커질 수 있다. 발전사업자들은 사업비 대비 연간 5% 이상의 수익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5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강릉안인 1ㆍ2호기만 해도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2500억 원 안팎이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자들 역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과 금융회사 등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이미 조 단위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허가를 취소하면 이들은 손실분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피해에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규 발전소 인근 주민 피해도 예상된다. 강원 삼척은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으로 총 8500억 원 규모의 지역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 1500억 원, 건설공사 참여 1500억 원, 지역 업체 참여와 물품구매 효과 2500억 원 등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은 총 59기로 이중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는 10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석탄발전소 2기를 제외한 8기는 6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된다. 사진=뉴시스

LNG 등 미래의 새 먹거리 부상

반면 건설업계는 LNG발전소가 새 먹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LNG발전소 건립이 탈석탄 친환경ㆍ신재생 정책 선회로 강력 추진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NG 발전소 이용률은 38.8%를 기록했다. 2015년에 비하면2.3%p 빠졌다. 이를 2013년(67.1%)과 비교하면 28.3%p 낮은 수치다. 이처럼 LNG 발전소 이용률은 해가 갈수록 빠지고 있다. 주요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전력 수요 예측이다. 정부는 2011년 전력대란 이후 연간 전략 소비 증가율을 2~3%로 잡고, 비교적 공기가 짧은 LNG 발전소 건설을 권장했지만 예측과 달리 전력 수요 증가율은 1%대에 그쳤다.

현재 운영되는 20개 LNG 발전소 중 9개가 정부의 예측을 믿고 2014년에 완공됐다. 하지만 빗나간 예측으로 LNG 발전소는 개점휴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를 믿었던 포스코에너지를 비롯해 포천파워, 동두천드림파워 등 5개사는 지난해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원전·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고 2030년까지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을 20%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것이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탄 발전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LNG 발전소 이용률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LNG 발전소 건립도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전환으로 LNG발전소의 건립이 확대되고 새로운 사업영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발전소 건설을 넘어 계획, 자금 조달, 건설,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곳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건설사로는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이 꼽힌다. 우선 대림산업은 자회사 대림에너지를 통해 민자발전 디벨로퍼 역할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GS건설과 SK건설도 그룹 내 에너지 계열사와 역할을 나눠 수직 계열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포천파워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민자 발전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LNG 발전 관련 기술 수준은 선진국 진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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