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마사회

데뷔 30년 개인통산 2000승 달성, 경마 새 역사 써

무릎 인대 세 번째 수술, 불굴의 의지로 경마 복귀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박태종 기수가 10개월만인 7월 첫째 주 경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경주 중 낙마사고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했는데, 무릎 인대 수술만 두 번해 경마업계에서는 더 이상 기수 생활을 못할 것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하루 5~6시간의 재활치료를 거쳐 10개월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기수생활을 하는 동안 잦은 부상으로 적잖은 공백이 있었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부상으로 활동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박 기수는 복귀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는 듯 했다. 긴 공백 기간에 대한 부담감과 좋아하는 말을 다시 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나를 믿고 기다려준 경마팬에게 다시 좋은 경주를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그는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겹쳐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 6월 데뷔 30년 만에 개인통산 2000승을 달성하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같은 해 9월 경주 중 낙마하며 힘든 재활치료의 시기를 견뎌야만 했다.

박 기수는 기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늘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말을 타고 달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경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부상은 아픔보다 더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박 기수는 무릎 부상 후 재활치료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결국 지난해 12월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회복하는 데 최소 10개월에서 1년이 걸릴 거라는 의사의 말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수술 후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것. 다시 경주로에서 달리고 싶다는 열정이 이뤄낸 결과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천생기수’라는 닉네임이 따라 다닌다.

박 기수는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새벽조교와 운동을 빼먹은 적이 없을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 취미생활도 하체 단련을 위한 등산과 골프이다. 남들은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 자신은 걷거나 뛰어 다닌다. 하체 운동에 도움이 돼 기승자세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만 아는 바보’ 그의 이런 모습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자, 한국경마에선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최고 고참임에도 이현종 기수 등 어린 후배들의 기승자세도 꼼꼼히 챙겨보며 배울 건 배우고 있다.

1965년 생으로 우리나이 53세인 박 기수는 지난 1987년 데뷔했다. 키 150cm 몸무게 47kg 충북 진천 생으로 1992년 무궁화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한국경마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다. 주요 성적으로는 2015년 제33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 우승, 2011년 제7회 국제기수 초청경주 3위, 2008년 제4회 국제기수 초청경주 우승, 2006년 제5회 헤럴드경제배 및 세계일보배 대상경주 우승 등이 꼽힌다.

지난해 2000승을 달성해 한국경마의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마사회는 이를 기념해 조페공사에 의뢰해 기념 메달을 제작했다. 메달은 1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됐고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90개 이상 신청자가 몰리는 등 완판을 기록했다.

조폐공사는 스포츠 스타를 기념해 박찬호, 김연아 등의 메달을 제작한 적은 있지만 경마는 박 기수가 최초였다. 그가 세운 2000승은 한국경마 역사상 다시 세우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마기수는 스포츠 플레이어로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기수만큼은 경마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미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서도 성실하고 멋진 경기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기념메달이 경마 팬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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