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째 맞은 퀴어축제-종교단체 맞불집회 “첨예한 갈등 양상”
이정미 정의당 대표 "아시아에서 두 번째 동성혼 합법화 할 것"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첨예한 찬반 논란 속에 막을 내린 ‘2017 퀴어문화축제’가 이번엔 동성혼 합법화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는 GLBT(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이 1년에 한 번씩 서울 도심에서 벌이는 축제를 말한다.

그동안 퀴어문화축제는 기독교 등 종교집단의 반대에 맞서며 세상을 향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외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성혼 합법화 발언을 내놓으면서 축제를 너머 동성혼 합법화 등 법개정에 대한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축제에 참석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21세기 문명국가에 걸맞지 않은 이런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 진정한 사랑, 진정한 혐오의 배제”라고 말했다.

이어 "군형법 92조의 6항을 반드시 개정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동반자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군형법 제92조 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이 해당 법안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대표는 원내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축제에 참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동성간 결혼에 대한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매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퀴어축제에 또다른 논란이 가중되면서 향후 사태 해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축제 5만명 참가, 곳곳에서 반대집회 갈등 고조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며 마무리됐다. 축제 당시 도심 곳곳에서 반대집회가 열리면서 긴장감을 조성케했다.

지난 15일 서울광장에서는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는 슬로건 하에 제 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글로벌 기업·인권단체·외국대사관 등 100여 개의 단체가 부스행사를 진행했고 오후부터는 각종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비가오는 가운데서도 축제에 참가한 인원만 5만 명 이상이었다.

또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 행진은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로1가→종로2가→퇴계로2가→회현로터리→을지로입구→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이날 축제의 반대편에는 개신교계 등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진행됐다. 동성애퀴어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낮 12시30분부터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성애반대를 외쳤다.

기독교시민단체연합회·건강한대한민국국민연합·대한민국사랑종교단체협의회·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탈동성애인권포럼·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등도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동성애로 인한 각종 질병, 사회적 풍기 문란 등을 동성애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다. 다행히 이들 간 물리적 충돌 등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교계 성수자 모임도 참가, 종교내서도 의견 갈리기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종교계 내에서도 첨예하게 갈렸다. 지난 15일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등은 '2017 동성애축제 반대행사 참가자 행동강령'이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의 골자는 ‘극단적 문구의 피켓 들지 않기’, ‘왜곡된 여론을 바로잡기 위해 동성애축제 관련 음란행위를 채증해 경찰에 신고하기’, ‘동성애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탈동성애 지향자들을 격려하고 돕기’ 등이다. 기독교시민단체연합회 등도 성명서를 내고 "동성애를 인권과 성적 지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종교 단체가 동성애 반대 집회에 나선 가운데 퀴어문화축제 행사에는 ‘무지개예수’라는 부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동성애 찬반을 떠나 축제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신의 축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등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와 관련인사들도 부스를 설치하고 축제에 동참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처음으로 불교계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불교계 성소수자 모임인 ‘불반’(불교이반모임)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설치한 부스가 등장한 것.

종교계에서 무조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금지한다는 것도 옛말, 종교인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축제에는 처음으로 불교계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뉴시스

때아닌 남녀차별 논란, 클럽 입장료 남녀차등 적용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내세운 이번 축제는 때아닌 남녀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5일 밤 축제의 뒤풀이 행사가 열린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남녀간 입장료가 차등 적용돼 성차별 논란이 제기된 것.

이날 오후 9시부터 열린 파티는 자정이 넘자 남녀간 입장료가 차이가 4배나 됐다. 차별을 반대한다면서 부당한 남녀차별을 당한 참가자들은 격분했다.

이에 조직위 측은 클럽 대관이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0시30분까지라 그 이후는 조직위가 아닌 해당 클럽 측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조직위는 “파티를 조직위가 주관하는 시간은 끝난 뒤라고 할지라도 이를 미리 방지하지 못한 책임과 잘못은 분명 조직위에 있다”며 “이같은 성별 가격 차등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논란 속에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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