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뒤 방황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익숙한 ‘시차’에 대한 작가의 조심스런 질문

▲김애란 ▲문학동네 ▲1만3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바깥은 여름’은 김애란 작가가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신작소설집이다.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으며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가 잘 드러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경신하며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 없는 김애란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마스터피스다.

그동안 김애란은 수록작품 중 한 편을 표제작으로 삼아왔지만 이번에는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소설집 처음에 자리한 단편의 제목은 ‘입동’이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우리는 각기 다른 두 개의 자리에 우리를 위치시키게 될지 모른다.

소설집을 닫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을 잃은 후 스마트폰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인 ‘시리(Siri)’에게 ‘고통에 대해’, ‘인간에 대해’ 묻던 ‘나’가 끝까지 붙들고 있던 질문은, ‘나를 남겨두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남겨질 사람은 생각하지 않은 채 계곡에 빠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 물속에 뛰어들 수 있느냐는 것. 그 아득한 질문에 골몰해 있는 ‘나’는 제자 ‘지용’의 누나에게 편지를 받은 후에야 줄곧 외면하려고 했던 어떤 ‘눈’과 마주한다. 그 마주침 이후 ‘나’는 이전과 조금 다른 자리에 자신을 위치시키게 되지 않았을까.

‘바깥은 여름’에 실린 소설들은 무언가를 잃은 뒤 어찌할 바 모른 채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병에 걸린 강아지를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의 모습에서(노찬성과 에반), 한 시절을 함께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 여자의 모습에서(건너편) 우리가 눈을 떼지 못하는 건, 그 이후 그들이 어디로 가게 될지 쉽사리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 ‘가리는 손’은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시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시차는 잘 안다고 여겼던 인물과 우리 사이에서 생겨난다. 십대 무리와 노인과의 실랑이 끝에 노인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의 목격자인 ‘나’의 아들 ‘재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아무래도 그런 애들이 울분이 좀 많겠죠”라는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인다. 그러나 김애란은 그런 편견들 틈에서 때묻지 않은 깨끗한 자리로 아이를 이동시키는 대신, 또다른 편견으로 ‘어린아이’를, ‘소수자’를, ‘타인’을 옭아맸을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작품들이 최근 삼사 년간 집중적으로 쓰였다는 사실, 그러니까 어느 때보다 벌어진 ‘안과 밖의 시차’를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던 바로 그 시기에 쓰였다는 사실은, 김애란이 그 시기를 비켜가지 않고 그 안에서 천천히 걸어나가려 했던 다짐을 내비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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