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인상 반영” vs “시장 상황 고려” 가격 협상 장기전 될 듯

충남에 위치한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후판을 하역하는 모습. 사진제공=동국제강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후판(Steel Plates) 가격 인상을 놓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중공업계와 '대전쟁'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철강업계는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의 원가 상승으로 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선중공업계는 해운시장 침체에 따른 수주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 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 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반드시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가격 협상이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 업계는 그동안 매년 반기마다 각 업체별로 단가와 물량을 고려해 후판 가격을 결정, 대금을 소급해 지급해왔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조선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이는 절충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의 원가 상승 압력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고 조선사들 역시 수주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상태다. 후판은 두께가 6㎜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건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철로 만든 판이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협상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목을 맨다. 후판 가격은 글로벌 선사를 상대로 물량을 따낼 때 고유 기술을 제외한 가격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 저점을 찍고 상승세다. 후판 1t당 시장 가격은 2014년 90만 원의 정점을 찍고 지난해 54만 4000원까지 내려갔다 다시 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 가격은 6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후판 가격은 중국 발 철광석의 원가와 후판 가격 상승으로 철강사는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사들이 올 들어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순환무급 휴직, 인력감축,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올 1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한데 이어 성동조선도 돌입했다. 인력 감축은 조선 3사가 도크 가동 중지, 조선소 폐업 등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 상반기 수주량은 256만 CGT로 전 세계 발주량의 34%를 차지, 전 세계 수주 1위에 올랐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상승세인 철광석의 가격 상승폭이 커 이를 현재 시장 가격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정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각 조선중공업체를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며 “강판의 원료인 철광석의 원가 상승으로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중공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선박 수주 감소에 따른 후판 공급 과잉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조선업계 시장 상황 때문이다.

조선중공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물량 감소에 따른 후판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고, 조선중공업 체력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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