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도래 따른 사업재편과 경영방식 변화 선도 전망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재계 1위 삼성전자가 50대 사업부문장(CEO)을 내세워 경영체질 개선을 선택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빠른 사업재편과 경영시스템 변화를 꾀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경영진 세대교체는 1위는 곧 위기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닮았다. 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바꾸라’라는 신(新)경영을 선언하고, 경영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국내 1위 기업에서 현재 글로벌 기업의 초석을 다졌고, 우뚝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국내 모바일 시장의 성장 둔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더디고 있다. 모바일은 인도 등 해외로 눈을 돌려 새 시장을 개척해야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해 또 다른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처지다. 삼성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지만, 향후 10년, 20년을 생각하면 목이 마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포스트 권오현 윤곽이 확정됐다. 연매출 240조원, 영업이익 55조원의 삼성호(號)는 현행대로 3인 CEO체제를 유지하는 삼각편대로 운영된다.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 CE(소비자 가전), IM(ITㆍ모바일)부문장을 60대에서 50대로 전원 물갈이하며 산적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임 김기남 DS부문장ㆍ김현석 CE부문장ㆍ고동진 IM부문장은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사다. 이들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 CEO로 각 분야에서 내로라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사상 최대실적 후 세대교체

지난달 전격적으로 발표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퇴는 사상 최대 실적에 이뤄진 것이어서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는 세대교체라는 분석을 낳았다. 부문장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최대 영업이익인 14조700억원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특히 권 부회장이 총괄해온 반도체가 3분기 전체 실적의 68%를 차지해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은 사상 최대실적에 축배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CEO세대교체라는 정반대의 카드 꺼내들었다.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달성에도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모바일 사업의 성장 둔화, 미래 사업 동력 확보 지연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 먹거리로 뛰어든 바이오는 최근 흑자로 돌아섰고, 전장 사업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사업재편과 경영방식의 변화도 이끌어내야 하는 현안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축제를 벌이기에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신임 DS, CE, IM 부문장으로 (왼쪽부터) 김기남ㆍ김현석ㆍ고동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 삼성 신호탄…인사태풍 불가피

세대교체는 단순히 사업재편과 경영시스템 변화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뉴(NEW)삼성 이재용 시대를 여는 초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후 2년간 미뤄진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코드가 맞는 인물이 중용(重用)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선대 회장이 중용하지 않았고,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며 풍부한 실무경험이 있는 인물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현재 삼성안팎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는 다른 계열사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권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ㆍ신종균 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60대 CEO들이 용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룹의 맏형 삼성전자의 세대교체 바람이 미풍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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