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563건 발생, 신속한 사건 해결 시스템 마련 시급

6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7)씨가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노인성폭력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배우 성추행 사건에 이어 한샘 사내 성폭행, 집단 성관계 등 굵직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노인성범죄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대부분 쉬쉬하며 사건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나는 노인 성범죄…가해자도 증가세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노인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노인 피해자 증가 속도보다 가해자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찰청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말 기준 60세 이상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성풍속범죄 등 노인 성범죄 피해자는 남자 51명, 여자 607명, 총 657명이다. 이는 2015년 말 남자 59명, 여자 565명, 총 624명보다 33명 늘었다. 또 2014년 남자 76명, 여자 471명, 총 547명에 비해 110명이 증가했다. 이중 강제추행이 60% 이상을 차지했고, 음란물 소지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위반인 성풍속범죄도 15% 가량으로 집계됐다. 

노인 성범죄 가해자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강간 등 성범죄 노인 가해자는 2563건으로, 61~65세 1103건, 66~70세 663건, 71세 이상 79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2256건, 2014년 1930건, 2013년 1669건보다 각각 13.6%, 32.8%, 53.6%가 증가한 규모다. 특히 강제추행은 큰 폭으로 증가해 2013년 960건, 2014년 1245건, 2015년 1519건, 2016년 1803건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성폭력 범죄 가해자는 11만8755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노인은 4623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대는 20대(19세 포함)가 3만2554명(27.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 2만5458명(21.4%), 40대 2만3578명(19.9%), 50대 1만5367명(12.9%), 60대 5305명(4.5%), 70세 이상 2034명(1.7%) 순이었다. 18세 미만 소년범은 1만2480명으로 전체의 10.5%에 달했다. 

70·80대 여성 노인 대상 성범죄 이어져 

지난 8월 목포경찰서는 7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A(30) 씨를 구속했다. A 씨는 신안군 신의면 같은 마을에 사는 B(77·여) 씨의 집에 침입해 이불로 B씨의 얼굴을 눌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성폭행을 하려다 B 씨가 반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60대 C 씨는 수술 받은 오른쪽 다리에 붕대를 교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간호조무사였던 30대 D 씨와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D 씨는 범행 직후 잘못을 시인하고, C 씨와 관계를 맺었다는 자인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C 씨가 딸의 혼사를 한 달 앞두고 소문이 무서워 신고를 하지 않는 사이 D 씨는 말을 바꿔 합의 하에 관계를 맺었고 자술서도 강압에 의해 억지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C 씨는 법원이 D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하하자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경북 안동에서 60대 노인들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수년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E 씨 등 5명은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적장애 2급인 30대 여성을 자신의 집이나 인근 폐가로 유인해 강간과 성폭행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노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근본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신속한 사건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선희 변호사는 "여성 노인은 허약한 신체조건 때문에 자기방어와 도주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보호자 없이 혼자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노인 성폭행 피해자들은 허약한 신체 때문에 성폭력에 대한 적극 방어를 하기 어려운데다가 피해를 당하고도 사건을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사건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인구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고독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범죄에 내몰리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급증하는 노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근본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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