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절경을 웅장하고 장엄하게 벽면 장식 역사적 의미 커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해강 김규진이 1920년 재건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 서쪽 벽화로 그린 것이다. 7폭 비단을 연결한 화면에 만물초의 경관을 그렸다. 세로 195.5cm, 882.9cm에 이르는 대작이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3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을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창덕궁 희정당(熙政堂) 대청 내부를 장식했던 벽화는 해강 김규진(1868~1933)이 1920년에 그린 작품으로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마지막으로 그려진 궁중장식화다.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해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세로 196cm, 가로 883cm에 이르는 대작이다. 

또한 조선 시대 진경산수 화가들이 즐겨 그린 금강산을 큰 화폭에 옮겨 금강산의 절경을 웅장하고 장엄하게 희정당 벽면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전시 관계자는 “원래 희정당 내부는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2005년 한 차례 공개됐을 때도 전각의 규모가 워낙 커서 멀리서만 확인이 가능했다"며 "거의 100년 가까이 희정당 벽에 걸려 있었다. 이렇게 벽화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제작된 지 98년 만에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희정당 벽화’는 1920년 제작된 작품이어서 오랜 시간동안 노출돼 훼손된 부분이 많았다. 이에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보존처리의 필요성에 따라 2015년 8월 분리해 2016년 12월까지 보존처리를 했다. 그 후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하고 희정당에는 모사도를 제작해 붙였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나눠 구성되는데, 1부 전시에서는 벽화가 설치된 공간인 ‘창덕궁 희정당’을 보여준다. 창덕궁 희정당은 본래 임금이 신하들과 함께 국정을 보던 편전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07년에 경운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부터는 접견실로 사용됐다. 1917년에 일어난 화재로 내전 전각이 모두 소실되면서 현재 건물은 1920년에 재건한 것이다. 

창덕궁 희정당은 경복궁 강녕전의 자재를 사용해 겉모습은 조선의 양식이지만 설비와 가구, 실내 장식은 서양식으로 재건했다. 이때 대청의 동·서벽 상단 전체에 전에 없던 대규모의 벽화를 붙여 장식했다.

2부 전시는 ‘창덕궁 희정당 벽화’가 주제다.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기존의 궁중 장식화나 진경산수화의 전통과 구별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작품이다. 희정당 벽화는 이전에 궁중 장식화로는 그리지 않았던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으며, 창호나 병풍에 주로 그려졌던 기존 궁중 장식화와는 달리 비단 7폭을 이은 압도적 규모이다.

화가 김규진이 그림 제목과 낙관(落款)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점과 전통적 청록산수화풍과 근대적 사생화풍을 함께 사용해 묘사한 점에서도 변화상을 볼 수 있다.

두 점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김규진은 금강산을 수 차례 답사하며 초본인 ‘해금강총석도’를 그렸는데, 이 작품은 1974년 이후 실물로는 처음 공개된다.

3부 전시 ‘해강 김규진’에서는 작가 해강 김규진과 금강산의 인연을 보여주는데 이와 관련해 벌였던 활발한 서화 활동을 보여준다. 묵죽도와 서예작품으로 유명한 김규진의 기념비적 대표작인 희정당 벽화는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다.

그는 금강산과의 인연이 깊은데 금강산 표훈사, 신계사 등의 큰 글씨를 써서 이를 암벽에 새기기 위해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했으며 금강산에서 전람회나 휘호회를 열었다.

특히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은 희정당 벽화가 제작된 1920년 전후에 집중됐다. 이때 발행한 단행본인 ‘금강유람가’도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된다.

‘석정절경도’는 해강 김규진이 1920년 재건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 동쪽 벽화로 그린 것으로,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해 벽에 붙이는 부벽화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세로 195.5cm, 882.5cm에 이르는 대작이자 마지막 궁중 장식화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