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빈택시 있어도 승객 1:1 호출에 응답 안 해
서울시 “승차 거부 땐 처벌” 방침에 기사들 앱 가입 꺼려

 

대로변이나 차도까지 나와서 위험하게 택시에 승차하느라 1~2시간씩 발을 동동구르며 애간장을 태우는 시민들의 모습.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매년 이맘 때면 나타나는 익숙한 풍경이 올해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송년회를 마치고 대로변이나 차도까지 나와서 위험하게 택시에 승차하느라 1~2시간씩 발을 동동구르며 애간장을 태우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돈이 되는 장거리 운전자만을 태우기 위해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로 인해 올해도 불편한 풍경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택시 승차 거부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10억원을 들여 개발한 택시호출 앱 '지브로(Gbro)'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승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기사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앱을 택시 기사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 가입 자체를 피하거나 승객의 호출에도 응답하지 않는 등 택시 기사들의 참여율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브로 가입을 자제하라’며 서울개인택시조합에 가입된 개인택시기사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시는 승객이 지브로를 통해 주변의 빈 차를 조회한 다음 1:1로 호출하는 방식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승차 거부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홍보만을 믿고 지브로를 이용해 본 시민들은 홍보와는 전혀 다른 불편함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브로를 사용해 본 승객들은 주변 빈 차가 여러 대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승차 거부는 여전했고 20분간 호출 버튼을 10번이상 눌렀으나 단 한 대도 수락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승객이 ‘지정 호출’ 기능을 이용하면 콜비 1000원을 내고 승객이 없는 빈 차를 선택해 호출할 수 있어 승차 거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청한 택시가 호출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뜨며 지브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분노만 자아냈다.

서울시가 개발한 지브로의 콜 수락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서울시내에 운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택시 앱을 쓰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90%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브로를 이용하지 않는 택시기사들의 대부분은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고를 수 있는 카카오택시를 두고 지브로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택시기사들의 입맛에 맞는 장거리 승객을 마음대로 골라서 태울 수 있는데 꼭 지브로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브로를 개발한 서울시는 지브로의 장점을 택시의 카드 단말기에 자동 설치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단말기에 앱이 깔려 있더라도 실제 앱 가입 여부는 택시기사의 선택이므로 모든 택시기사들이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은 단말기만 바꾸고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브로를 사용하는 한 택시 기사는 “이용 약관에 ‘동의하지 않음’을 눌러서 가입을 피하고 시간이 생명인 택시기사들에게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에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콜비 1000원을 더 준다고 갈 기사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서울시가 내놓은 ‘과태료나 자격정지 등 승차 거부 처분’ 방침은 더욱 택시기사들의 앱 가입을 꺼리게 만들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앱 출시 직후 택시 기사들에게 ‘서울시와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니 해결될 때까지 가입을 미뤄 달라’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조합 관계자는 “사전에 택시 기사들과 아무 협의도 없이 앱을 내놓으며 호출을 거부하면 처벌까지 하려 한다”면서 “개인 조합·법인 조합·노조 회의를 열고 대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라며 운영은 교통 결제 시스템 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 38%를 보유한 대주주는 서울시다.

서울시의 택시 승차 거부 대책은 지브로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종각역에 ‘해피존’을 운영해 정해진 구역에서만 줄을 서서 택시를 탈 수 있게 했으나 승객을 태우는 택시에 3000원씩 인센티브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호응하는 택시는 매우 적었다. 

지금까지 단말기 설치 대수는 1만6000대이나 실제 앱에 가입한 대수는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12월말까지 3만대, 내년 3월까지 서울 시내 택시 7만대 전체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브로를 사용해 본 시민이나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은 10억원이나 들여 개발한 지브로가 이대로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브로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시범 운영 중이기 때문에 콜 수락률, 만족도를 분석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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