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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함께 읽기를 마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결성되며 다양한 서적과 강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모든 내용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린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를 밑바탕에 깔고 가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2부에는 웨어러블,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3D프린팅 등 소위 ’핫(hot)‘하다는 아이템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각 아이템들은 시작된 4차 산업혁명 방법론의 일부일 뿐이다. 아이템들은 시장논리에 의해 도태될 수도 있고, 방법만 좋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방송콘텐츠를 통해 이미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다. 따라서 슈밥의 저서 1부의 마지막 부분을 끝으로 이번 시리즈를 마감하고자 한다.

빅데이터로 비대해지는 정부, 그러나 권력은 축소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가소화되는 ’초연결사회‘는 국가운영 주체인 정부를 압박한다. 사물인터넷, 만물인터넷이 가세하게 되면 국가와 정부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역량이 이런 빅데이터를 취급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정보의 독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고할 수도 있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압력은 정부의 빅데이터를 민간과 공유하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도 ’정부 4.0‘ 기조에 의해 정부자료는 물론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비전문성이 민간의 전문성에 압도당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민간전문가의 빅데이터 분석과 대안제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한 축이 수 있고, 이에 대한 대처수준에 따라 정부는 신뢰와 불신의 기로에 서게 된다. 시민의 강한 저항은 시민들 사이의 초연결을 통한 강한 연대로 정권을 교체할 정도의 권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정권과 정부가 바뀌게 되더라도 이전 정권이나 정부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담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로 사라진 국경, 무정부지대도 늘어난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은 국경을 초월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노마드 현상은 비즈니스, 문화, 분쟁의 중심을 이동시킨다. A국에서 불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를 불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B국에서 가능하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이념화된 네티즌은 그 이념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모국이 아닌 C국으로 입대해 이념의 전장인 D국에 들어가 전사로 투쟁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특히 ’위키리스크‘ 같은 해커집단의 존재는 국경과 국가의 개념까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사이버 상의 독립운동, 사이버 상의 임시정부, 사이버 상의 세계정부는 이미 출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악순환

한편 경제적 불평등은 더더욱 심화되고 있다.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상황은 비단 특정국가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4년 동국대학교 김낙년 교수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3%를 차지하고 있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5%만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부의 재분배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보다 투자하고 이윤을 회수하는 자본이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4차 산업혁명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 투입을 통해 발전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고부가가치의 노동만이 노동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중산층을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고 중산층은 어떤 형태로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권력을 얻었으면서도 잃은 시민층‘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기술로 인해 자기 목소리를 내 공론화를 이끌고,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을 통해 구체화된 시민권력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정부와 기업, 이익집단에서 소외되어 권력으로부터 유리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다. 이는 로마제국의 멸망과도 유사한 점이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마의 팽창이 한계에 다다르고 권력과 부가 과점되는 상황 속에서 로마 시민층의 근간을 이루던 자영농(중산층)이 몰락하게 된다. 이들의 불만을 억압하기 위해 로마 제국의 정부는 유희와 쾌락의 거리들을 내놓았고, 이는 더 빠른 몰락으로 이어졌다. 물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몰락은 새로운 시대에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개인정보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분석을 통한 기술개발, 소비자 분석을 통한 상품과 서비스의 개선에 필요한 정보들인데, 문제는 공짜나 다름없는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개인정보를 민간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와는 또다른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일지 모른다. 특히 스마트기기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기업이 세계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간 본연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

한편, 이런 세상 속에서 기술의 발전은 ’인간‘ 자신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지게 만들 것이다. 이미 개발되어진 웨어러블 기기들은 ’증강인간(human augmentation)‘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증강인간이란 스마트기기가 만드는 ’증강현실‘을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첨단기기를 이용해 인간의 신체능력과 인지능력을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도입되게 된다면 영화 ’아이언맨‘ 속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의학, 의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질병,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장비, 대체장기, 대체신체까지 등장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 도덕성, 윤리의 영역에 이르는 복잡한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문제제기, 사회적 담론의 형성, 이어 법과 제도의 문제, 국경을 초월하는 논리들도 하나하나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쩌면 법적으로 규정지어지는 인간과 법적으로 규정지어지지 않는 인간으로 나누는 일도 벌어질지 모른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기술은 SF영화같은 상상 속에서 상황에나 등장하는 일들을 일상화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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