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예술단 실무접촉 위해 20일 삼지연 예술단장 현송월 만날 예정

작곡가 윤상이 남한 예술단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되면서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남북이 오는 20일 북한측 통일각에서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을 시작한다. 특히 작곡가 윤상이 남한 예술단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되면서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북한과의 예술 교류에서 대중문화계에 속한 음악감독이 낙점된 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동안 방북예술단의 음악감독은 정통클래식 음악전문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번 방북예술단의 음악감독으로 대중음악 전문가인 윤상이 낙점되면서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다양하고 다채로울 것으로 미리 짐작케 한다. 

윤상은 1987년 김현식이 부른 ‘여름밤의 꿈’을 통해 작곡가로 데뷔했으며 강수지 ‘보라빛 향기’와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 등으로 1990년 히트메이커 작곡가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또한 1990년 1집 ‘이별의 그늘’로 가수로 데뷔한 윤상은 애절한 발라드 음악으로 가수와 작곡가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현재는 유명한 대중음악 프로듀서라는 인식이 짙다.

특히 윤상은 최근 세계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한국에 소개해온 선구자로 알려졌다. 발라드는 물론 팝 음악, 전자음악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힙합, 아이돌 팝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이렇듯 성공적은 음악생활 도중 2003년 돌연 유학을 결심하고 버클리음악대학교 뮤직신서시스학과와 뉴욕대학교 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하며 윤상은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업그레이드 시켰다. 

윤상의 음악이 가장 돋보이는 이유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아이돌 제국 SM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고 보아, 동방신기와 작업을 통해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 메이커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 지금은 작고한 가수 고 신해철과 결성한 듀오 ‘노댄스’는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를 추구하며 다채로운 음악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프로듀서 스페이스카우보이와 프로듀싱 팀 ‘원피스’를 통해 전자음악에 주력하고 있는데 발라드 가수 강수지를 비롯해 아이유와 걸그룹 ‘러블리즈’ 등 현재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끄는 여자 가수와 작업했다.

또한 상명대학교 대학원, 성신여대에 이어 최근 용인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부임하는 등 후학을 위해 꾸준히 강단에도 서 왔다. 

이번 윤상이 남한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는 “단순히 K팝 아이돌로 꾸리는 것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을 다양한 면을 북한에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로 인해 방북하는 남한예술단에 포함되는 가수들의 음악성도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무 접촉에 나서는 북측대표는 지난달 방남 예술단을 이끈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북한의 음악 트렌드를 이끄는 모란봉악단의 현 단장인 만큼 대중음악가 윤상과의 소통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중음악이 중심이 되더라도 관례상 정통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의 가장 소통이 편리한 음악이 정통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참가 유력 후보군으로 점쳐지는 오케스트라로 북한 공연 경험이 있는 KBS교향악단과 지난달 실무접촉에 나섰던 정치용 음악감독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연합하는 형식의 오케스트라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방북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북한과의 평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졌던 전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이 유력후보에 올라 있다. 지휘자 정명훈은 지난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직접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

정명훈은 지난해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일종의 프로젝트성 연합 오케스트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그는 당시 “남북한 연주자가 하나 되는 말 그대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면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맡고 싶다”고 말해 이 오케스트라가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만든 악단임을 내비쳤다. 정명훈은 이번에 평양에서 지휘를 하게 된다면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 일부 역시 함께 데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인 2000년대만 해도 남한문화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이 북한에서 개최됐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서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 한국의 대표적인 중장년 가수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이 공연했다.

또한 2002년 9월 평양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고 같은 달 역시 가수 이미자·윤도현 밴드 등의 평양공연이 있었다. 2003년에는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한 ‘평양노래자랑’은 지금도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 2005년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서 마지막에 울려 퍼진 ‘홀로 아리랑’을 북한 관객이 따라 부른 일화는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얘기다. 2006년에는 금강산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남북 음악인들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윤이상 기념 음악회’가 펼쳐졌다.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진행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 화답하는 형식이다. 지난달 4일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예정됐었으나 직전에 무산된 경험이 있어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가수 보아가 금강산 공연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가수 이적, 정인 등도 물망에 올랐었다.

또한 남한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 발레 공연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달 11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통일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건네며 발레 공연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 공연의 경험이 있는 인기 스타들의 재방문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가수 조용필은 오는 5월부터 전국 투어를 돌 예정이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남한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4월 초중반으로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같은 달 말 예정됐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의 북한에서의 공연이 다시 이루어 질수 있을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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