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조민기 이어 한국외대 교수 스스로 목숨 끊어...피해자에게도 화살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가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한국외대 모교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탤런트 조민기씨도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17일 오후 1시경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져 있는 A교수를 발견한 부인이 119에 신고했다. A교수는 응급차안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도착시에는 이미 사망한 후 였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고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유서 대신 그의 휴대전화에 메모 형식으로 남겨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실상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한국외대 측도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A교수가 한 제자에게 한 성희롱적 발언이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을 통해 폭로되면서 부터다. 

폭로 글에 따르면 A교수는 “벚꽃 행사에 남자친구랑 자러 간 거냐. 벚꽃을 보러 간 거냐”,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 있냐”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또 “빨간 립스틱을 보면 유혹될 수 있고 그러면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립스틱을 바르는 것을 금지했다”며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두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은 폭로한 사유에 대해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때 들었던 말들이 떠올라 치욕스럽고 화가 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폭력 가해자들이 잇따른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성들에게 책임 소재를 전가 시키는 상황이 발생해 여론의 질타가 뜨겁다. 

한국외대 SNS에는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 교수 죽음의 책임을 제보자들에게 뒤집어씌우며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제보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음을 누구도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는 글이 게재됐다.

또한 “우리 학생 모두는 A교수의 과거 행위에 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을 뿐 그에게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라는 요구를, 자살해서 사죄하라는 따위의 요구를 한 적이 없다. (A교수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제보자들이 마음의 부담과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떳떳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A교수의 죽음이 무책임하다는 반응도 뜨겁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한 학생은 “죽음은 안타깝지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투 운동의 극단적 탈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모두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명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자살을 했다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자살했다는 이유로 모든 잘못이 덮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성폭력에 대해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인권을 최소한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가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비난의 톤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측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A교수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된 조사에 대해 지난 17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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