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부터 레드벨벳까지, 역대급 라인업 문화교류 새 물꼬 튼다

가왕 조용필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남한예술단 평양 공연 라인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10여 년 만에 평양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북측의 감성을 감안한 대중음악으로 가득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체돼 있던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관련 실무접촉에서는 공연 일시와 장소, 출연진 등이 확정됐다. 다만 선곡까지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4월3일까지 평양 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2회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예술단 라인업에는 총 160여명 규모의 남측 예술단을 비롯해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선희·최진희·YB밴드·백지영·정인·알리·걸그룹 레드벨벳·서현 등 9팀도 포함됐다.

이는 남측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프로듀서 겸 작곡가 윤상 음악감독이 이번 공연에서 예술성과 호소력이 큰 가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해 북한 대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라인업에는 가왕 조용필을 필두로 최진희, 이선희 그리고 YB가 가장 눈길을 끈다. 이들은 과거에 평양에서 공연된 남한예술단 무대에서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북한 관객과 교감을 형성하고 감동을 선사한 가수들이다. 

특히 가왕 조용필은 지난 2005년 8월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조용필 평양 2005’를 열어 북한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콘서트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홀로 아리랑’은 북한 관객이 따라부르며 감동을 느낀 명곡으로 이 당시 공연은 지금도 북한에서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조용필은 “13년 전 평양 콘서트 때 관객들이 나에게 준 감동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평양 공연도 음악을 통해 남북이 교감하는 따뜻한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수 최진희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세 번째 평양에서 공연하게 된 가수 최진희는 1999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평화친선음악회’,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에 출연했다. 

최진희를 톱스타 반열에 올린 최고의 히트작 ‘사랑의 미로’는 북한의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북한 대중에게도 익숙한데 특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널리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진희는 “다시 북한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쁘고 설렌다. 여기서 (남북관계가) 더 발전돼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희도 평양 공연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3년 평양에서 진행된 SBS 통일 음악회 무대에서 ‘아름다운 강산’, ‘J에게’ 등을 불러 북한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선희는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뜻깊은 공연에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 대해 가장 큰 기대감을 드러낸 가수는 YB의 윤도현이다. YB는 2002년 ‘MBC 평양 특별공연’을 통해 평양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이날 윤도현은 직접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며 “YB가 16년만에 다시 평양에서 공연하게 됐다. 남한의 ‘놀새떼’ 가 다시 로큰롤(Rock'n Roll) 하러 갑니다. 가슴 뜨겁고 신나는 무대로 남과북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무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상 음악감독은 참여 가수들에 대해 “북에서도 ‘최고의 가수’라는 명칭을 갖고 있을 만큼 이념과 체제와 관계없이 오랜 시간 가수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분들”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방북 공연이 없었던) 10년 사이에 우리가 사랑했던 또 북에서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들”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북한의 젊은 세대들을 위한 라인업도 발표됐는데 백지영·정인·알리는 국내에서도 가창력이라면 손에 꼽히는 디바들이다. 특히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발라드와 R&B 등 감수성 어린 곡들을 소화하는 능력이 발군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북한에서의 공연이 처음이다. 이들 디바들이 선보일 감수성 짙은 노래들은 북한 대중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발표된 라인업 중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이다. 한국의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차세대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팀으로 손꼽히는 레드벨벳은 개성 강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R&B를 오가는 팀 콘셉트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소녀시대나 최근 인기를 누리는 트와이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세련된 음악과 뛰어난 패션 감각 등은 현지 젊은 층에서 크게 화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은 예상됐던 라인업이다. 서현은 지난달 현송월 단장이 이끈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국립극장 공연에서 깜짝 등장한 바 있기 때문. 북한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소녀시대 멤버 전체가 평양에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삼지연관현악단의 답방 형식의 공연인 만큼 서현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중음악 중심의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해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북한에서 공연하는 남한예술단 중 ‘역대급’이라 할 만한 리스트”라면서 “굉장히 장르와 연령대가 다양하다. 북한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관람한다면 한국의 K팝 한류의 흐름을 한 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강 평론가는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한 민간 예술인의 교류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며 "민족적인 동질성을 획득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민간 교류의 활발한 장이 열리는데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예술단에 오케스트라 형태의 악단이 포함될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대중음악이 중심이 된 예술단인 만큼 정통 오케스트라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연주가 가능한 팝스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걸그룹 레드벨벳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