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회사는 모비스, 글로비스는 핵심 계열사로...정몽구·정의선 보유지분 팔아 모비스 지분 확보나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8일 순환출자 구조로 된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차그룹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에 나섰다.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계열사와 대주주간의 지분 거래를 통해 지배구조를 탄탄하 다지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존속법인은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신설법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킬 계획이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기아차에 매각하고 대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받을 예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며 지주회사 역할을 할 현대모비스에 대한 오너 지분을 높이는 한편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지배하는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시킨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재계는 이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전환되는 동시에 현대모비스가 다른 계열사를 직접 소유하는 수직적 구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각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구도도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통해 순환출자 고리 모두 끊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첫걸음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서 출발한다. 현대모비스 분할을 시작으로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8일 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통해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4가지 사업군으로 주력사업분야를 구분하고 있는데, △핵심부품 사업 △투자(해외법인 포함) △모듈 사업 △AS 부품 사업 등이다.

이중 △모듈 사업 △AS 부품 사업 부문을 떼내 물류/해운/유통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같은 날 이사회를 통해 모비스에서 분할되는 모듈 및 AS 부품 부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1이다. 현대차그룹예 따른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순자산 가치 비율이 적용됐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신설되는 '현대모비스 모듈 및 AS 부문'은 비상장회사로 간주되는 만큼 전문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자본시장법에 따라 각각 본질가치 및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게 된다. 또한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분할 비율 만큼 주식수가 줄지만 전체 지분율에는 그대로다. 두 회사는 5월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완료하면 정몽구·정의선 등 현대차 오너 일가가 나선다.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5월 말 합병이 결정되고, 현대글로비스 신주가 거래를 시작하는 7월 이후에 오너 일가가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이사회를 열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은 각각 16.9%, 0.7%, 5.7% 등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그대로 진행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물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가 ▲기아차→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고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아래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두는 구조로 바뀌게 되면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기업 경쟁력과 주주권익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 될 수 있도로 오랜 기간 고민한 산물"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밝힌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 출처=현대모비스 제공 / 그래픽=서종열 기자

 지주사 대신 지배회사? 완성차 경쟁력 유지 위한 신의한수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완전히 분리하는 기존 지주회사 체재보다 더 유연한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는 '지주회사 체제 개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롯데그룹이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신설법인을 글로비스와 합병시키면서 존속법인인 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올리는 '지배회사' 체재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시 주력 사업부문인 완성차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빠져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계없이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사업 및 투자 부문으로 인적분할할 경우 사업 확장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부문과 사업부문을 나눌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고, 지분구조 등에 대해서도 여러 고려할 사안이 많아지는 만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의 경우 계열사와 함께 M&A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계열 자회사와 공동으로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지주회사가 혼자 인수하든지, 아니면 계열사가 직접 인수엔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큰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한개 회사가 혼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이 각각 21.0%, 5.2%, 8.7%로 나눠 지분을 매입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오너 일가가 직접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하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논란을 미리 차단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투자 및 사업부문을 나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은 오너 일가가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어 선호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 가치가 둘로 쪼개지는 만큼 손실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자금이 거의 들지 않는 이런 방식을 배제하고 1조원대의 세금을 내더라도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그중 첫번째 고객는 바로 5월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매출액 비중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모듈 및 AS 사업부문을 낮게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들의 불만 역시 높은 상태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한 주주의 2/3가 찬성해야 하며, 찬성한 주주 측이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1%다.

결국 현대모비스의 특수관계인 외에 최소 15% 이상이 합병에 찬성해야 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8.1%), 현대모비스(9.8%). 현대글로비스(10.0%), 기아차(7.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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