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의 교통사고' 한영탁씨에 신형 벨로스터 교체...사회적 책임에서 진화

지난 12일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의 교통사고'로 대형참사를 미연에 방지한 한용탁씨와 차량. 사진=인천경찰청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의 교통사고'로 대형참사를 막은 '의인' 한영탁씨는 자신의 행동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현창에 출동했던 경찰과 사고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모두 "쉽지 않은 행동"이라는 답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한씨의 구형 투스카니 차량을 신형 벨로스터로 교체해주기로 했으며, LG그룹은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재계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미담을 통한 '의인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모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미담발굴을 통해 우리 세대의 영웅으로 부를 수 있는 '의인'을 찾아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2일 있었던 한영탁씨 사례다. 당일 고속도로를 주행 중이던 한씨는 앞서 달리던 SUV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박고도 계속 주행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문제의 차량을 앞지르게 한 후 운전자의 상태를 살폈다.

그 결과 문제의 차량 운전자는 정신을 잃은 상태인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자신의 차량을 문제의 차량 앞으로 댄 후 고의 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차량을 세웠다. 문제의 차량 운전자가 정신을 잃은 채로 계속 주행할 경우 대형참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이 과정이 블랙박스를 통해 영상으로 공개되자 13일 SNS에서는 한씨의 행동을 칭찬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자신의 재산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형참사를 막은 한씨의 용기와 희생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곧바로 현대차그룹이 사고수습과정에소 손상된 한씨의 차량을 무상으로 수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무상수리 대신 아예 신차(벨로스터)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인마케팅'의 원조격인 LG그룹 역시 한씨를 곧바로 '의인상' 수여자로 결정했다. LG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의인상'을 제정하고 수상자에게 직접 찾아가 표창장과 상금을 조용하게 전달해왔다.

LG 의인상 1회 수상자는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던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가 수상했다. 당시 LG그룹은 유족들에게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LG그룹은 지난 4월 말 기준 총 71명의 의인들을 선정해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LG그룹 계열 LG복지재단(구본무 회장)은 2015년부터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로 평가받아야 할 '의인'을 들을 찾아 표창과 상금을 수여해오고 있다. LG그룹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인상 수상자는 한씨는 포함해 총 72명이다. 사진=LG그룹 블로그 갈무리

에쓰오일 역시 LG그룹처럼 전국 각지의 의인들을 찾아 '시민영웅'들로 부르며 포상하고 있다. 시기만 놓고 보면 LG그룹보다 한발 앞서인 2008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시민영웅으로 선정된 이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자신은 안타깝게 숨진 황성후 군을 비롯해 흉기에 찔리고도 괴한을 쫓아가 제압한 '신림동 의인' 곽경배씨 등 시민영웅 18명을 선정해 상금과 상패를 전달했다. 

또한 에쏘오일은 2006년부터 '소방영웅 지킴이 캠페인'을 통해 순직소방관들의 유가족 및 자녀들에게 위로금과 학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부상소방관들에 대한 격려금과 우수소방관 지원제도 등을 후원해오고 있다. 

LG그룹과 에쏘오일이 '의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코오롱그룹과 의류기업 네파는 '아름다운 선행(미담)'에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 오운문화재단은 2001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는 선행 및 미담 사례를 발굴해 고 이동찬 명예회장의 호를 딴 '우정선행상'을 수여해 왔다. 우정선행상의 총 상금은 1억원이다. 

지난해 4월 진행됐던 코오롱그룹의 '우정선행상' 시상식. 사진=코오롱그룹 홈페이지

의류기업 네파는 아예 선행사례를 발굴한 후 함께 선행활동에 나서는 동반활동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따뜻한 세상'으로 명명된 네파의 캠페인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으며, 선행의 주인공들에게 상금과 자사 대표 제품인 패딩을 선물하고 있다. 

기업체의 한 홍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공헌활동을 조용하게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따뜻한 기업이란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어 앞으로도 이런 의인마케팅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