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진 장자 승계...LS·GS그룹 독립도 잡음 없이 순탄 분리경영

LG그룹은 1999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LIG그룹을 비롯해 LS그룹, GS그룹을 순차적으로 분리독립시켰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경영권 분쟁이 없는 유일한 10대 그룹?

후계승계와 관련해 재계관계자들은 LG그룹은 주목한다. 다른 대기업에서는 한두번씩 발생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 혹은 불화가 LG그룹에서만큼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영권 승계과정이 너무나 순탄해 부러움을 살 정도다. 

LG그룹은 고(故)구인회 창업주가 일제강점기인 1931년 경남 진주시에 세운 '구인회상점'이 시초다. 1940년 포목점에 불과하던 상점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운수와 무역 등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그리고 해방이후 1947년 그룹의 모태가 되는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을 설립하면서 LG그룹의 역사가 시작됐다. 

설립된지 70여년 동안 LG그룹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구인회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 그리고 구본무 3대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모두 장자승계 원칙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4세대 경영자로 지목된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지만, 아들이 없는 구 회장이 양자로 입적시켜 법적으로는 구 회장의 장남으로 돼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오너 일가인 그룹경영에 참여했던 구씨 일가들도 많았다. 구인회 명예회장의 동생으로 구인회상점을 공동으로 운영했던 구철회 LIG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 구평회 E1그룹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도 LG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현재는 GS그룹으로 분가한 허창수 회장의 조부인 故허만정옹과도 동업관계였다. 허 회장의 아버지인 허준구 회장은 LG건설(현 GS건설)을 키워냈으며, 허 회장의 형제들 역시 LG정유(현 GS칼텍스), LG홈쇼핑(현 GS홈쇼핑) 등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형제들과 자손들, 그리고 동업자 가족들에게 불구하고 LG그룹에서 경영권 분쟁이 없었던 이유는 유교적 가풍에 따른 확고한 장자승계 원칙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부분의 재계 관계자들은 "구인회, 구자경,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장자승계방식을 통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방지했다"면서 "경영권과 별개로 서열간 비율별로 받는 그룹 지분 역시 조용하고 평안한 LG그룹 특유의 승계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LG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특징은 발빠른 '세대교체'다. 다음대의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 곧바로 이전대의 형제들이 그룹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1995년 구본무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취임하자 구 회장의 삼촌뻘인 '자'자 돌림 숙부들이 곧바로 그룹경영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물러난 오너 일가들은 아예 계열사를 갖고 독립하기도 했다. 구인회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회장일가는 1999년 LG화재해상보험(LIG손해보험으로 사명 변경 후 현재는 KB금융그룹에 인수됨, 현 K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방위산업체(현 LIG넥스원) 등을 갖고 독립했다. 

LS그룹도 마찬가지다.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과 금속, 기계 부문을 갖고 독립한 LS그룹은 구태회 명예회장을 필두로, 구평회·구두회 회장 일가들이 모여 대기업집단을 구성했다. 계열분리 초기에는 LS전선그룹과 E1그룹, 예스코에너지그룹 등으로 분리경영됐지만, 2005년 (주)LS를 통해 그룹으로 병합됐다. 

2004년 7월 분리작업에 착수해 2005년 3월 공식출범한 GS그룹과의 아름다운 이별은 LG그룹의 대표적인 미담사례다. 구인회 회장과 동업관계였던 허만정옹의 손자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LG그룹 소속 LG건설과 LG정유, LG유통, LG홈쇼핑 등을 갖고 GS그룹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LG그룹의 분리과정은 다른 대기업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그룹의 핵심적인 주력사와 사업들을 상당부분 내줘야 함에도 어떤 뒷말이나 불협화음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LG그룹은 이런 분리경영 과정을 겪은 후 오랜 시간동안 지켜왔던 재계서열 2위 자리를 현대차그룹에 내주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철저한 장자승계,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기존 형제들의 경영권 퇴진, 그리고 퇴진한 형제들에 대한 배려 등은 국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LG그룹만의 유일하고 아름다운 전통"이라며 "확고한 원칙과 이에 대한 후한 배려가 안정적이면서 확고한 LG그룹 특유의 '인화경영' 방식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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