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지주사 비해 영업이익률 높아...外人 3사 매입 지분 벌써 7000억대

외국인투자자들이 자체 사업역량을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형 지주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삼성물산, SK(주), 현대중공업지주 / 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사업형 지주사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 SK(주)의 지분을 일제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에만 삼성물산 지분 2996억원을 사들였으며,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1571억원, SK는 2207억원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들 3개사의 지분만 합쳐도 7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들 3개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독자적인 사업에서 찾고 있다. 3개사 모두 해당 대기업집단의 지주사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각자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계열사 관리 외에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지주사를 재계에서는 '사업형 지주사'로 분류한다. 지주사의 주요 수입원인 브랜드 사용료, 계열사 배당 등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적인 사업과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기 때문에 사업형이란 수식어를 붙여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계열사 관리 등 전통적인 영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주사는 '관리형 지주사'로 칭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사업형 지주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사업형 지주사들의 영업이익이 관리형 지주사들 대비 월등히 높게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1분기 기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대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햇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ER)이 0.97에 달하고 있다.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월등히 높은 상황인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생긴 잡음 이후 삼성물산을 외면했지만, 실적이 반등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8%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 기준 11.1%까지 늘어났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분할 당시 고유 브랜드를 나눠가졌기 때문에 다른 지주사들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로얄티 수수료가 없는 상태다. 사실상 연결대상인 계열사들의 실적과 배당, 그리고 자체적인 사업성과가 주가를 좌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아졌고 지주사 자체사업인 로봇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배 가량 늘어난 1조8940억원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연내 상장 가능성도 높아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업형 지주사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SK(주)는 자체사업 부문의 비율이 높다. SK(주)는 지난해 1856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계열사로부터 받았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5.4%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은 자체사업과 연결대상 자회사의 실적 호조, 배당 등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다.

올해에는 발전사업을 맡고 있는 SKE&S를 비롯해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지난해 인수한 SK실트론 등 비상장사들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주)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4% 증가한 6조2368억원으로 예상된다. 

사업형지주사로 평가받는 삼성물산과 SK(주), 현대중공업지주 등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이밖에도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과 한라그룹의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등도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주사 역할외에 자체사업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내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형 지주사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M&A를 비롯해 자체적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외에 자체사업을 통한 부가적인 수익비율도 높은 만큼 영업이익도 상당해 배당성향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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