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예술

▲이동미 ▲자유문고 ▲2만3000원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오페라 연기 노트 시리즈의 첫 번째인 라 보엠은 오페라가 탄생한 이탈리아 현지에서 오페라 연출과 지도를 겸하고 있는 저자가 오페라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출간한 분석집이다. 어렵기로 유명한 고전 오페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극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개별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대화나 지문 각 장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다. 당연히 음악(노래)을 잘해야 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지만 오페라는 연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 전체에 대한 이해와 그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자기가 맡은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이자 이탈리아에 공부하러 온 한국 성악가들에게 현지 마에스트로들이 자주 지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리아를 잘 부른다고 해서 오페라를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저자는 “오페라를 공부한다는 것은 타국의 언어로 그 나라의 문화와 감성, 그리고 역사까지 알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단지 단어 뜻만을 알아서는 오페라의 묘미를 살릴 수가 없다. 단어의 뜻을 알고 문맥 속의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나아가 왜 그 말을 하는지 의도를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고 내 반응은 어때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대사에 대한 온전한 이해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같은 말이라도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그 속뜻과 의미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오페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다양한 중의적인 표현이나 시대적 차이를 갖는 표현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농담조로 말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처연하게 나타내야 하는지 등 그런 차이가 결국 훌륭한 연기와 근거 없이 감으로 하는 연기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그런데 고전 오페라들은 각 대사의 뜻이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고어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당대의 일상어들이나 매우 시적인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이탈리아인들조차 고전 오페라들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저자는 오페라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이탈리아어를 오랜 시간 공부하여 통?번역사로 활동할 정도로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이 ‘오페라 연기노트 시리즈’를 자신있게 기획하고 선보일 수 있는 배경이다.

이 책은 모든 대사에 등장하는 단어의 기본 뜻을 그 단어 밑에 표기하였으며 각 문장의 해석은 단순 직역보다 의역을 하여 대사나 지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곳에는 ‘풀이’와 ‘연출 노트’를 두어 이해를 돕는 설명과 해설을 했다. 이를 통해 연기자들은 전체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온전한 하나의 작품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아리아를 잘 부르기 위해서, 나아가 자신만의 해석과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아리아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라 보엠 전체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라 보엠은 바람둥이였을 뿐만 아니라 변덕스런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남다른 감수성과 뜨거운 심장,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였던 푸치니의 대표작이다.

가난하면서도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이 벌이는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특히 죽음으로 이별을 맞는 두 연인의 슬픈 결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때문인지 1896년 2월 1일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2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원조국으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는 단연 베르디와 푸치니이다. 선율이 강한 남성적·서사적·귀족적인 느낌의 음악이 베르디라면 푸치니는 다채롭고 감수성이 뛰어난 여성적·동시대적·서민적인 음악을 했다. 특히 라 보엠은 사랑과 인생에 대한 푸치니의 정서가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