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소 최초 해외진출 사례...경쟁력 악화로 290억원에 네덜란드 매각

조선업계의 국내 최초 해외진출 사례였던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가 12년에 걸친 적자 끝에 결국 290억원이란 헐값에 지난 20일 네덜란드 다멘그룹에 매각됐다. 사진=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위성사진/구글어스 갈무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세계경영'을 외치며 글로벌경영에 나섰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마지막 유산이 결국 매각됐다. 

22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루마니아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망갈리아조선소를 네덜란드 업체인 다멘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도가격은 290억원으로 1997년 대우조선해양이 투자했던 530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450억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값 매각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다멘그룹과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빠르게 매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루마니아 정부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협상이 지체됐다.

결국 다멘그룹은 대우조선이 보유한 망갈리아조선소 지분 51%를 인수하고, 이중 2%를 루마니아정부에 매각해 총 49%(다멘그룹 보유분)와 51%(루마니아정부)로 보유비율을 결정했다. 루마니아 정부 역시 이 조건을 수용하고 관련 부처들이 법령을 개정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망갈리아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 사상 최초의 해외 진출사례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7년 루마니아 정부와 함께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이 합작법인을 설립해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김 전 회장은 작은 조선소에 불과했던 이 곳을 신조생산 조선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망갈리아 조선소는 2004년 순이익을 기록하며 루마니아 10대기업에 선정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시작된 조선업불황은 망갈리아조선의 장밋빛 미래를 잿빛으로 바꾸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1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것도 망갈리아조선소에 독으로 작용했다. 루마니아의 EU가입 이후 인력이 유출되면서, 인건비 경쟁력도 상실됐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조선은 이곳에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정상화에 나섰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고, 네덜란드 다멘그룹에 매각을 결정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 해체와 조선업 불황에도 대우조선이 망갈리아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쟁력이 약해 결국 매각됐다"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로 평가받았던 망갈리아조선소는 이제는 한국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기록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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