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 유통 실적 늘려...취급상품 대부분 화웨이·구글 등 삼성 경쟁제품

신세계I&C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사인 화웨이의 스마트기기 국내 유통을 맡으면서 사촌간인 두 회사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사촌관계인데 굳이 경쟁사 총판을..."

신세계I&C의 행보가 전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IT기업들의 제품들을 국내에 유통하는 총판을 맡으며 IT유통시장의 강자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I&C의 취급품목들이 상당부분 사촌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의 경쟁사 제품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신세계I&C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구글의 AI 구글홈의 국내 총판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신세계I&C는 중국 IT기업 화웨이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노바 라이트2'의 유통도 맡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이 주력으로 알려졌던 신세계I&C는 2016년 화웨이의 국내 첫 진출 제품인 '미디어북'과 '메이트북'의 유통총판을 맡으며 IT기기 유통업계의 강자로 성장하고 있다. 이후 구글의 크롬캐스트 유통권을 차지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나이언틱의 '포켓몬GO' 게임의 블루투스스피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IT기기들의 국내 총판을 맡게 되면서 실적 역시 쑥쑥 커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54억원에 불과했던 IT유통부문 매출액은 올해 같은기간에는 313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I&C의 전체 매출 중 약 38.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I&C가 이처럼 단기간에 IT유통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에 강점을 갖춘 신세계그룹 덕분이다. 신세계I&C의 대주주는 유통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마트로,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운영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망의 최강자인 이마트와 자체 온라인몰인 SSG를 통해 신세계I&C는 IT유통에서 상당한 실적을 기록 중"이라며 "모기업 덕분이기는 하지만, 신세계라는 브랜드의 영향력도 무시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만큼 해외 IT기업들도 신세계I&C와의 파트너십을 원하는 모습이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의 경우 자체 판매망 구축에 부담감을 느끼는 반면, 신세계I&C처럼 온-오프라인에서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 총판을 맡아주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 IT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세계I&C의 유통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I&C의 이 같은 행보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신세계I&C가 국내총판을 맡고 있는 해외 IT기기들이 상당수 사촌관계에 있는 삼성그룹 산하 삼성전자의 제품군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세계I&C가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을 육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세계I&C 관계자는 "IT기기 유통업은 90년대부터 유지해온 사업"이라며 "사업성을 보고 결정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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