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증권 창구 통해 대규모 단타 세력 등장...따라한 개미투자자들 피해 늘자 국민청원 제기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주가 시세를 조종하는 메릴린치 증권사를 제재해 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 증권사'에 대한 제재 요청이 등장했다. 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는 단타 매매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게 청원의 요지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거래하는 이 단타 세력은 2017년 초부터 등장했다. 이후 코스피 대장주를 비롯해 다양한 주식들을 대규모로 사들였다가 빠른 속도로 매매하는 이른바 '초단타 매매방식'으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외인들의 투자성향을 따라한 일부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폐해가 쌓여가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메릴린치 창구를 활용해 초단타 매매에 나선 세력은 매우 짧은 주기로 주식을 사고 판다. 대부분 오전에 대량 매입해 오후에 전량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게 되고, 이를 파악한 일반투자자들의 추격매수가 시작되면 곧바로 매입한 물량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해당 단타 세력이 메릴린치 증권사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2015년부터 시행된 볼커 롤 규제로 인해 자기매매가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볼커 룰에 따르면 투자은행은 자기자본으로 투기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없으며, 이런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에 대한 보상(인센티브)도 금지돼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메릴린치 창구를 활용한 대형 세력이 초단타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투자세력은 알고리즘을 활용한 퀀트 헤지펀드일 것으로 분석했다. 퀀트 투자방식은 수학 및 통계적 지식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 형태의 매매를 의미하는데,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투자종목과 매수-매도 시점을 결정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감원이나 증권사들도 이 같은 매매형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지만, 불법적인 정황은 없었기 때문에 규제하기가 마땅찮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외국계 투자자들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보다는 분석을 통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