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4)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2011년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된 ‘2011 해외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양수영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미얀마 가스전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얀마 석유개발 러시

미얀마 정부야말로 이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겠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한 황금가스전 사업의 성공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보았고, 심해 지역을 비롯한 미얀마 해상 지역이 전 세계 석유 개발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석유탐사에 있어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걸쳐 잠깐 호황을 누리다가 외국 회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지역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아,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호주, 미얀마 회사 등 많은 석유회사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 석유탐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돼, 미얀마 서부 해상뿐만 아니라 남부 해상과 심지어는 심해광구와 육상광구까지 석유개발 러시를 이루게 됐다.

급기야 지난 2013년과 2014년 실시한 미얀마 해상광구 국제입찰에서 석유 메이저사들을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참여해 뜨거운 경쟁을 벌인 끝에 천해광구 10개, 심해광구 10개에 쉘, 쉐브론, 토탈, 우드사이드, 코노코필립스, 스태트오일, ENI, BG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석유개발회사들이 광권을 취득해 현재 활발한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2016년 2월 대우인터내셔널이 호주의 우드사이드와 함께 서부 해상 심해 AD-7광구에서 또 하나의 가스전을 발견함으로써, 이 지역이 전 세계 석유개발업계가 관심을 가지는 뜨거운 유망 지역으로 떠오르게 돼, 많은 참여회사들이 추가 가스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열심히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지 지원 프로그램과 환경 보존 사업

미얀마에서 석유개발로 수익을 올리는 모든 외국회사는 의무적으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현지지원 프로그램(socio-economic program)에 사용하게 돼 있다. 대부분의 다른 외국 회사들은 생산이 개시되어 수익이 창출될 때부터 현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비해, 우리 컨소시엄은 수익이 나기 훨씬 전 쉐 가스전 프로젝트의 개발이 확정된 때부터 이미 현지 지원 예산을 확보해 집행해 왔다.

가스전이 있는 짜욱퓨 지역을 중심으로 짜욱퓨가 소속돼 있는 라카인주를 포함해서, 심지어는 양곤지역까지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 분야로는 우선 현지 학교 신설과 개축, 도서와 기자재 보급 등의 교육 분야가 있다. 병원 및 지역 진료소 신축과 개축, 의료 장비와 의약품 보급, 백내장 환자 수술 지원 등 의료 분야도 지원한다.

그밖에도 지역 발전기 공급과 도로, 부두, 교량 개보수 등의 인프라 지원을 비롯해 저수지 건설과 물 저장탱크 설치 등 용수 공급지원과 재해복구 지원 등이 있다.

한편 미얀마 정부와의 계약상 의무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현지 지원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우리는 지역 환경 보존사업도 해 오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해양 환경개선과 공기청정화를 위해 가스전 인근 지역에 맹그로브(열대나 아열대의 해안이나 조간대 진흙땅에 자라는 나무) 해양림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림 조성을 위해 맹그로브 묘목을 보급하며 지역 주민들과 공동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짜우퓨 지역 병원 증축 준공식. 쉐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의 교육과 의료 및 인프라 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저자 제공

한국석유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다

우리나라 회사들이 석유개발에 참여한 역사는 수십 년이 됐지만, 운영권자로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비록 운영권자로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중요한 작업을 외국 컨설턴트나 용역회사에 의뢰해 탐사와 평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얀마 가스전의 경우에는 광구 선정부터 광구의 유망성을 찾아내고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작업을 우리가 직접 주관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 진행된 평가 작업과 가스전 개발, 가스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도 모두 우리 회사의 인력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돼 왔다.

그동안 추진해 온 모든 과정은 외국의 석유개발회사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했고, 실로 한국 석유개발의 역사에 뚜렷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지분 양도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준비해 외국 회사들의 관심을 끌어냈고, 그 결과 참여하는 외국 회사로 하여금 지분 비율 투자비보다 더 많은 투자비를 부담하게 해 성공적으로 리스크와 투자비를 분산할 수 있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지분 참여한 회사들이 비록 투자비를 지분 비율보다 많이 부담하긴 해도 탐사사업이 성공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투자한 회사들도 큰 이득을 보게 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새로운 탐사 기법을 적용해 대규모 가스전을 찾았다는 소식은 동남아시아에서 석유개발을 하고 있는 많은 외국회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우라고 하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사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사로 알았지 석유개발을 하는 회사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우사태 이후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해 ‘대우인터내셔널이 과연 제대로 회생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있었다.

하지만 미얀마 가스전 탐사·개발 성공으로 인해 대우가 살아있음을 보여줬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석유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미얀마의 황금가스전은 대우가 쏘아올린 불사조의 영혼인 셈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001년 8월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2011년 12월에는 미얀마의 황금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환경 보존과 쓰나미 피해 방지를 위해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잘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를 보급하고 있다. 사진=저자 제공

다시 찾아온 국내대륙붕

국내의 대륙붕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초에 본사로 귀임하기로 내정돼 미얀마 외에 새롭게 추진할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 가스를 생산 중인 동해-1 가스전은 한국석유공사가 계속 보유하지만 동해가스전을 제외한 6-1광구의 나머지 탐사지역에 대한 탐사권이 2011년 2월에 만료된다는 정보였다.

동해가스전 외에도 6-1광구 지역에 추가 가스전 발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이 때맞춰 찾아왔다. 2010년 12월 한국 정부의 대규모 사절단이 미얀마를 방문했던 것이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한-미얀마 자원협력위원회를 개최해 왔는데, 그 해에는 자원협력위원회를 미얀마에서 갖게 돼 지식경제부의 고위 관료들이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과 민간 기업 임직원들과 함께 미얀마로 찾아왔던 것이다.

이미 지식경제부는 우리 회사의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미얀마 가스전 성공 신화를 직접 듣게 된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은 자원개발의 성공 사례를 듣고 대단히 감명을 받은 듯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국내대륙붕을 담당하고 있는 관료들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정부 관료들이 귀국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는 대우의 기술력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고, 또 국내대륙붕 탐사에 민간 회사를 끌어들이는 것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리하여 2011년 1월 국내대륙붕 6-1광구 참여 신청에 대한 정부의 공고가 나고, 우리 회사를 비롯해 한국석유공사, STX 에너지가 지원했다. 정부와 참여사 간의 여러 가지 협의 끝에 6-1광구를 북부와 남부로 나눠, 6-1남부광구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 70%를 가진 운영권자로 참여하게 됐고 석유공사가 지분 30%를 가진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해 2011년 8월 광권계약을 체결했다.

광권을 취득한 이후 과거 가스 발견에 성공했으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던 고래-1 지역을 고래 D로 명명하고 이 지역에 탐사를 집중했다.

2012년 3D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취득하고 자료처리와 해석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4년 12월 고래 D 지역에 고래 D-1 평가정 시추를 실시했다. 2015년 1월 1일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고래 D-1 평가정의 목표층 시추에서 상당히 두꺼운 가스층을 관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실시한 물리검층과 시험생산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시추 전에 추정한 예상치보다 가스를 함유한 저류층의 두께가 얇게 나타났으며 또한 저류층의 가스 분출능력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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