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욱일기 불태우기 퍼포먼스…외교부 “이해 구하고 함께 소통해야 할 시기”

6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열린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일 기념행사.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12월23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은 매년 12월 각국 재외공관 주최로 ‘내셔널 데이 리셉션’을 열고 주재국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왔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내년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마지막 생일 기념행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행사장에서 집회를 열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혔다. 

6일 오후 5시경 애국국민운동대연합과 활빈단, 조선의열단 등의 시민단체들은 일왕의 생일 기념 리셉션이 개최되는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인 일왕의 생일 축하 파티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23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12월이 되면 각국 재외공관 주최로 ‘내셔널 데이 리셉션’을 열고 주재국의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외교부 관계자와 주한 외교단, 한일 양측 기업 관계자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시위대가 항의하는 동안에도 생일 리셉션을 여는 호텔에 참여 인원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그동안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해 왔던 만큼 올해도 관례에 따라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참석했다. 

이날 리셉션에 참여한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차관들이 오는 것은 관례다. 이번 천황은 올해면 끝이고 내년이면 바뀌지 않겠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확고하게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차관님이 축사를 하신 건 오랜만이다. 일본의 요청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때 교류의 중요성을 느낀다. 일본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해를 구하고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리셉션 행사에서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長嶺安政)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염두에 둔 듯 한국의 최근 상황으로 한일관계가 어려워졌다면서 한국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취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나가미네 대사는 그러면서도 양국의 정치 관계 악화와는 별개로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 낸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일본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리셉션 행사에 참석한 조현 외교부 1차관은 이어진 축사에서 일본이 ‘국경일’을 맞이한 점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 차관은 이어 과거사 문제는 문제 대로 현명하게 처리하면서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교류를 계속하자며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 차관은 또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있어 일본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 외교차관이 최근 수년간 이 행사에 참석해 왔지만 직접 축사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측의 축사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때일수록 양국 간의 교류와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주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외교 당국이 해야 할 노력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호텔 입구에서는 행사 시간 약 한 시간 전부터 많은 시민단체 회원들이 행사를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사 참여 인원이 입장하는 호텔 앞에서 행사 개최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주최 측과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준비해 온 욱일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일부는 호텔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경찰들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하며 “너희들 일본 순사냐, 뭐하는 거냐”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는 “아베 신조 총리도 그렇고 일본 왕도 모두들 A급 전범들이다. 그런 이의 생일 파티를 한국인의 정기가 서린 남산에서 하는 것은 괘씸한 일이다. 강제징용에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생일 파티를) 받아들일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은종 조선의열단 대표도 “사람이나 국가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일본은 잘못에 대한 사죄나 반성이 없다. 남북의 평화를 간섭하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한국 중심에서 생일 잔치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한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이에 대해 “일단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외교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차관마저 가지 않으면 한일 관계가 더 냉랭해질 것이다. 단 가서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만세)’ 등의 말을 한다면 그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는 오후 5시께 모여 한 시간 가량 집회를 진행한 후 오후 6시경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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