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11개사 주총안건에 반대의견 공개...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들, 의결권 행사에 영향줄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월20일까지 개최되는 22개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와 관련 의결권 행사 방침을 공개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를 시작했다.

12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20일까지 주주총회를 여는 2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선공개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민간전문가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지난달 주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개 대상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이다.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둔 22개사 중 11개사의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부분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 이사보수한도액 등에 집중적으로 반대의견을 냈다.

실제 반대의견을 낸 기업들을 살펴보면 ▲LG하우시스(정관변경 / 이사보수한도액) ▲현대글로비스(이사보수한도액) ▲한미약품(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풍산(이사보수한도액) ▲현대위아(사외이사 / 이사 보수한도액) ▲서홍(상임이사 및 사외이사 / 이사보수한도액) ▲농심(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신세계(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아세아(정관변경) ▲LG상사(이사보수한도액) ▲현대건설(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등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국민연금이 공개한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들이 3월20일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들에 한정됐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은 100여곳에 달하는 상장사들의 의결권 행사방안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말 기준 보유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이 79개사이며, 국내 주식투자부문 포트폴리오 중 비중이 1% 이상(2017년 말 기준)이 21개사다. 여기에 수탁자책임위가 별도로 안건을 정해 공시하겠다고 밝힌 한진칼까지 포함하면 의결권 행사 방향이 공개되는 기업은 최대 100여곳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해왔다. 다만 사전공개가 아닌 주주총회 이후 14일 이내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홈페이지로 공개했다. 주총 이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이 공개되다보니 국민연금이 실제로 반대했던 안건이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드물었다. 연간 300건에 달하는 반대의견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후약방문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결권 행사 내역. 정리=서종열기자

수탁자책임위는 바로 이점 때문에 지난달 회의를 통해 주요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공개로 전환했다. 주요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해 주총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증시에만 약 57조원의 자금을 위탁운용 중이다. 위탁운용자금을 받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공개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침을 따라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선공개로 자산운용사들의 입장이 난처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을 위탁한 국민연금을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자니 기업고객들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반대하자니 위탁운용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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