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당시 없다던 '보고서', 압수수색 통해 발견...검찰, '은폐' 혐의 SK케미칼 임원 4명에 구속영장 청구

지난 2016년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김철 SK케미칼 대표가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김철 대표는 이 같이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미리 알지 못했고, 보고서도 없었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김철 대표의 증언은 단 3년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케미칼 압수수색 과정에서 살균제의 유해성이 담겨진 연구보고서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철 대표의 위증 논란은 물론,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의 폐해를 알고도 이를 은폐·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SK케미칼은 큰 파장을 일어났던 가습기 사건 당시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업체다. 2016년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관련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1월 관련성분의 유해성을 확인하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SK케미칼에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990년대 초반에 작성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찾아냈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대 이영순 연구팀이 작성했다. 이영순 박사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인해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무해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는 입장을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케미칼은 보고서를 인지하고도 1994년부터 제품 출시를 강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확보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일부 내용이 삭제된 정황도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조직적인 은폐에 나선 것으로 보고 SK케미칼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참사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정부에 신청된 가습기 살균 피해자는 총 6210명에 달한다. 이중 사망자는 1359명이며, 생존자는 4851명이다. 2016년 첫 조사 당시 4050명의 피해자가 조사됐던 것보다 약 2000여명 더 늘어났다.

피해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주영글 변호사는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규제 참사 당시 주요원료를 공급한 기업이었다"면서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범죄 사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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