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18일은 내 일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고 뜬 눈으로 추운 겨울밤을 지새웠다. 일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후보가 당선이 확정 된 뒤 집 앞에서 새벽 5시까지 전국에서 몰려 든 수많은 인파 속에서 덩더꿍 춤을 추며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연호하며 역사의 새날이 왔음을 환호했다. 눈물이 났다. 모르는 지지자들과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을 함께 했다. 칠흑 같은 밤을 허였게 지새웠다. 그 기쁨이 오죽 컸겠는가, 이제 살맛나는 세상이 왔음을 자축했다. 그리고 고문 없는 세상, 박종철(서울대), 이한열(연세대), 조성만(서울대), 최덕수(단국대), 박래전(숭실대), 이철규(조선대), 강경대(명지대), 김귀정(성균관대) 등 어린 대학생들이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분신자살, 의문사, 고문치사가 없는 세상이 드디어 왔음을 실감했다. 50여년 만에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날이었다.

  『어둠을 헤친 위대한 승리』(필자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축시 제목, 저서 〈김대중 대통령의 어제, 오늘〉592쪽 중 52쪽~55쪽 게재, 2000년)였다. 『얼마나 가슴 죄였던가, 얼마나 고대하는 함성이었던가, 고것은 역사를 부르고, 고것은 새날을 부르는, 민중들의 피맺힌 절규다, 민초들의 희망찬 새날이었다. (중략)… 내사랑 김대중, 당신과 늘 함께 했던 민초들은 당신의 애절한, 뼈에 사무친 인고의 너른 정과 포부를 다왼다, 이제, 오욕과 핍박에 굴절된 당신의 삶을 비판할 자, 다시 오지 않는다. 열린 새날, 새역사를, 그저 늘상 당신의 숭고한 뜻대로 펼쳐 나가소서, (중략)…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는,  당신의 언약대로 민중의 희망대로, 치욕으로 뒤틀린 역사를 올곧게 바로잡고, …설움받고 소외받는 민초들을 안아 주소서, …외진 담장너머로 역사의 새날이, 살포시 다가와 민중의 무딘 손끝을 잡듯이, 당신의 뜨겁고도 자애로운 동포애로, 민족민중을 얼싸감싸 주소서, 그저 옷한벌의 대통령되소서, 그저 추앙받는 대통령되소서』필자의 시(詩) 일부지만 눈물이 앞선다.

 아무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필자가 원하는 바대로 ‘옷 한 벌 대통령이 되었고, 추앙받는 대통령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전 재산을 연세대에 기증했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세계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전직 대통령도서관으로 우뚝 솟았다. 아울러 서거 10주기를 맞이하여〈김대중전집〉30권짜리 방대한 저서가 출간되어 더 더욱 기쁘다. 출판기념회(08.13)에 다년 온 필자로서는 감개가 무량하다.              

그간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 故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했다. 온 국민과 함께 추모(追慕)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의 버팀목이었고 희망이었다. 혹독하고 암울했던 그 시절 우리의 미래이기도 했다. ‘김대중’하면 많은 사람은 기억한다. ‘인동초’,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惡)의 편’, 말 그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갖은 고난 속에서도 몸소 실천했다. 71년 대선 당시 의문의 교통사고와 73년 동경 납치사건을 비롯 5번의 죽을 고비와 사형선고(80년 조작된 내란음모 사건), 6년의 감옥살이, 그리고 55번의 가택연금과 본의 아닌 해외 망명생활 등은 군부독재의 갖은 회유와 협박, 고문에도 주권재민(主權在民) 국민과 역사 편에 서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직, 정의와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것이다.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國葬) 장의위원으로 활동한 필자는 서거 후 10년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비가 오나, 눈이오나 민주화 동지들(50명 내외)과 함께 매주 화요일마다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함께 참배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숭고한 정치적 철학과 신념을 되새기며, 세계가 존경과 경의를 표한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광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철 동트는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양지바른 곳에 계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제 외롭지 않다. 영원한 동반자이자 민주화 동지인 영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계신다. 묘역 입구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같이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당신의 언약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와 자유가 정착되었고 아울러 적폐청산을 외친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최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6․15공동선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10․4선언』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4․27선언』등은 21세기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

6선의 국회의원이자 의회민주주의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은 맹자(孟子)의 고자장(告子章)에서처럼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뛰어넘는 파란만장한 삶이었고, 고난의 가시밭길 속에도 정치적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3번의 국회의원 선거 낙선의 고통과 3번의 대통령 선거 낙선 후 대통령 당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세웠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경제환란 속에서도 최단시일 IMF 극복과 더불어 인권위원회와 여성부 설치, 세계가 찬사를 보낸 생산적 복지확충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5대암 국가보장 등 복지국가 실현, IT강국과 전자정부 실현, 과감한 문화개방과 한류 세계화, 남북 최초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을 통한 ‘6․15공동선언’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경의선 철도와 육로 개설, 세계가 존경과 경의를 표한 노벨 평화상 수상은 대한민국의 영광이자 국격을 한 차원 끌어 올린 쾌거였고, 온 국민의 열광과 환호 속에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는 위대한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또 하나의 경이로운 성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나고 살맛나는 김대중 국민의정부는 탈권위주의 노무현 참여정부 탄생의 밀알이 되었던 것이다. 

 

영부인 이희호 여사 영정 사진 옆에 이희호 여사께서 생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동교동 사저 접견실에 항상 비치하고 있던 필자의 저서
<다시 김대중정신으로>가 놓인 가운데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 사저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가난하고 서러운 사람을 위하는 게 정치”라고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많은  성과를 냈던 것이다. 특히 담장을 없애고 친절한 공무원과 깨끗한 거리와 화장실, 그리고 주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많은 공원 설치는 지방자치의 성과로 이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간의 단식투쟁(1990.10.08)으로 얻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했다. 나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의정활동 전 기간에 걸쳐 싸웠다. 정치인 김대중에게 별명을 붙인다면 ‘미스터 지방자치’가 제일 어울릴 것도 같다”고 할 정도로 지방자치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했고 그 결실을 우리가 맛보고 있는 것이다.

암튼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은 실로 넘치고 넘친다. 지면 관계상 짧게 언급하고 마무리할까 한다. DJT연합(김대중․김종필․박태준)으로 50여년만에 이뤄진 평화적 정권교체는 동서화합의 상징이었고, 김대중 국민의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김중권 전두환군사정권의 인물을 과감하게 기용한 것은 자신을 핍박하고 사형선고를 내린 정적에 대한 용서와 탕평, 국민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울러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식사대접을 한 것은 정적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상징성을 보여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직 중 전직 대통령들을 10번이나 초청한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국민 화합의 선각자적 리더십, 용서와 포용의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인권․평화통일․지방자치․서민경제․약자보호․복지국가를 실현한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필자는 단호히 말한다. 위 김대중 전 대통령의 7개의 상징 키워드(keyword)가 바로 김대중정신이며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광과 더불어 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할 책무(責務)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끝으로 요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는 안타깝지만 조만간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10.8)으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문화 했고, 양국 국민이 역사의 교훈을 공유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 가자는 약속이 이었기에 그 확신을 여기에 담으면서 故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하여 온 국민과 함께 그날을 추모하고자 한다. 위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추운 겨울, “전두환 군부독재 타도”와 “대통령 김대중!”을 연호하며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거쳐 서울시청까지“(1987.11.29.), 보라매공원에서 한강대교를 거쳐 서울역까지”(1987.12.13.) 그리고 ‘양김 단일화 촉구 범국민대회(고려대, 87.10.25)때 고려대에서 종각까지 수백만 또는 수많은 인파들과 함께 독재타도를 외친 그 시간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떠오른다. 아! 김대중! 다시 부르고 싶은 이름이여! 당신이 있어 대한민국이 행복했고 대한민국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강신복 현)민주평화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한국민속체육회 창립 준비위원장 *제20대 총선 국민의당 영등포(갑) 국회의원 후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 *국회의원 비서관(조순형) 보좌관(김충조),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지도위원 ●저서 〈김대중 대통령의 어제, 오늘〉(592쪽, 2000), 8~90년 민주화운동 유인물집〈6.10민주항쟁, 통일의 그날까지〉(A4크기 1,200쪽. 2010)〈다시 김대중정신으로〉(A4크기 1,248쪽 김옥두·정동일 공저 2014), 〈6월항쟁·촛불혁명 통일의 그날까지〉(A4크기 1,312쪽, 이경희 공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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