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패스트트랙 사건 '한국당 의원 37명 출석 요구'
한국당, "총선에 영향 미칠 것... 부담스러운 게 사실"

지난 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남부지검에 패스트트랙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 출두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자유한국당 나 떨고있니...

10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의원 감금과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또다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조광환)는 이 사건으로 고발된 윤상현 의원 등 일부 한국당 의원들에게 18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이번에 출석을 요구한 의원들은 앞서 두 차례의 출석 요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던 나머지 의원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 37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었다.

아울러 검찰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 국회 회의장 인근에 있었던 한국당 당직자와 보좌진 19명에 대해서도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 패스트트랙 지정 놓고 與·野 충돌

지난 4월 말 국회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항의 방문했고, 25일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가 열릴 수 있는 세 곳을 점거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사건은 바른미래당의 사법개혁특위 사·보임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이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현직 국회의원 110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이 이 가운데 60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이 39명, 바른미래당이 7명, 정의당이 3명, 무소속이 1명(문희상 국회의장)이다.

경찰은 5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연루된 의원들에게 소환 통보했으나 33명만 응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사건 이관을 지시했고, 경찰은 수사지휘에 따라 사건을 남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에 이어 22일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첫 소환조사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됐던 채 의원은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김 의원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에 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박찬대 원내대변인,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를 앞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좌파 장기 집권 플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한 사안은 세 가지다. △선거제 개편안. 국회의원 의석 수를 300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늘리고 배분 방식은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이 독점해 온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일부, 공소유지권 등을 사법개혁 일환으로 독립 기관인 공수처로 이관하자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사건에 대해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의 권한이 대폭 줄어들 게 된다. 국회는 선거제 개혁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왜 그토록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할까. 자유한국당은 무엇보다 선거제 개편안이 당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 시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정당에 투표한 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최소 20석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0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전체 표 중 50.32%가 사표라고 발표했다. 승자독식 원리가 작동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에 따라 지역구 1등만 당선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구를 줄이고 정당 투표대로 의석 수를 가져가면 비교적 소수당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거대 양당 체제보다 다당 체제로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작은 정당들이 더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당 내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민주당, 한국당 검찰 불출석은 총선까지 버티겠다는 속내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출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또 다시 압박했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일이 나 원내대표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는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자 공세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나 원내대표는 내뱉은 말대로 채 의원 감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 조사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4월 채 의원 감금 당시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 의원들에게 이를 지시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했다"면서 "보도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동물국회'로 만든 이유가, 야당탄압을 연출하려는 고도의 권모술수였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나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국회에서 감금과 점거, 회의 방해와 의안탈취 등의 집단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달 초 검찰은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7명에게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 요구를 했다. 2번째 검찰의 출석요구"라며 "경찰수사에 이어 검찰수사도 면책특권과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한국당은 뭉개고 있다. 총선까지 버티겠다는 속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그는(나경원 원내대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공언했다. 나 원내대표가 공당의 대표라면, 이제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그 때가 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윤석열 신임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인사를 한뒤 고개를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검찰 소환에 불안

이에 한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해왔던 야권 일각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검찰이 야권 수사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수사와 정치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시도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측은 “지도부를 뺀 국회의원과 당직자, 보좌진이 검찰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일정을 조율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개별 의원들의 소환조사 불응 방침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지만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황 대표는 공개 메시지를 통해 "불법에 평화적 방법으로 저항한 것은 무죄"라며 "검찰은 저의 목을 치고 거기서 멈추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황 대표는 "부당한 고소·고발에 따른 수사에, 결과적으로 불법이 된 사건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되면서 한국당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 결과와 기소 여부, 사법부 재판 결과 등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로선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해당 법을 어긴 의원에게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매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는 총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고소·고발된 소속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압박이 심해지면서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은 지난달 25일 패스트트랙 사태 때 고발돼 피의자 신분이 된 한국당 보좌진과 당직자 등 실무진 20여명과 면담했다. 박 사무총장은 “상황을 듣고 의견 교환하고 격려도 하고 나름대로 대응책도 강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향후 소환에 응하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에 나서거나 당시 채집된 영상 증거 등을 토대로 일괄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과 일가족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형평성을 의식해서라도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펼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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