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봉 제어계통 고장 원인 부품 교체 권고에도 기존 제품 사용, 총 3번 발전정지 사태 불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잦은 가동 중단 원인이 결함 부품 사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한국 표준형 원전’ 제어봉 제어계통 문제점 보고서(2006∼2014)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제어봉 관련 설비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어봉은 원자로 안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 정도를 제어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이 원전 부품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은 불시 중단될 수 있다.

한수원 측은 잇따른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원인 파악을 위해 외부 전문가 등 26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구성했고, 대책위는 2006년 1월 결론을 내렸다.

핵심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납품한 설비가 원자력발전소의 불시 정지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관련 제품 교체를 권고하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다.

한수원 측은 이 권고안에 따라 2008년 전면 개선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제어봉 관련 설비를 교체했다. 교체 제어봉 설비는 두산중공업 제품으로 한빛 3∼6호기와 한울 3∼6호기에 설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8년 9월까지 원전 8기에서 256건의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 탓에 원전 정지가 13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새로 짓는 원전에 교체 권고를 받은 미 웨스팅하우스사 제어봉 설비를 설치했다. 이 당시 준공이 착수된 울산 신고리 1ㆍ2호기와 경주 신월성 1ㆍ2호기에 기존 설비를 그대로 설치한 것.

그 결과, 원전 불시 정지 사태는 이어졌다. 2012년 8월 신월성 1호기와 2012년 10월 신고리 1호기가 제어봉 제어 계통의 문제로 원전이 불시 정지했다.

또 2013년 4월 신월성 1호기가 자동 정지됐고, 2016년 1월 신월성 2호기는 제어봉 낙하로 원자로 출력이 20% 낮아지기도 했다. 총 3번의 발전정지 사태로 발생한 손실 금액은 299억6935만원 규모에 이른다.

이에 대해 우 의원 측은 한 언론사를 통해 결함을 알고도 그대로 설치하고, 수백억원을 들여 또다시 교체하는 한수원의 무책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수원 측은 원전 안정성을 위해 기존 설비를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설비 이중화를 통한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어봉 관련 설비를 설치했다”며 “미국 원전도 미 웨스팅하우스사 제어봉을 사용하는 등 안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러 단계의 검수를 거쳐 원전 부품을 납품 받고 있어 원전 운용상 결함 부품이나 불량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국내에 사용되는 원전 부품은 제작검사, 출하검사, 인수검사 등 3단계를 거쳐 납품되고, 원전에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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