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1 도시개발구역 불소 기준치 넘는 토사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현장 반입 후 반출
시공사 되메우기 ‘흙’ 용도 vs 경제자유구역청 “조경토 사용 목적 반입” 상반된 입장

기자는 지난 9일 오후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현장을 방문했다. 단지 입구 오른쪽(단지 안에서 밖을 봤을 때)에 쌓여 있던 70만 리터 규모의 불소 오염 토사는 현장 밖 임시 장소로 옮겨져 파란색 방수 천막으로 덮여져 있었다.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오염된 흙으로 조경공사를?

현대건설(대표이사 박동욱) 송도 신축아파트 현장에 70만ℓ규모의 불소 오염토사가 반입됐다가 반출됐다. 불소는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물질로 과다 노출되면 피부ㆍ폐 등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건설업계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주안 1구역 도시개발구역 현장에서 불소에 오염된 대량의 토사 중 일부가 내년 초 입주를 앞둔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아파트 건설 현장에 반입됐다.

반입된 불소 오염 토사 물량은 700㎥로, 부피로 환산하면 무려 70만ℓ리터 규모에 달한다. 이는 1.5리터짜리 생수 46만6666병 분량이다. 경자청 조사결과, 반입된 오염 토사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500ppm 가량의 불소가 나왔다.

현대건설은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아파트 정문 왼쪽(밖에서 정문을 바라볼 때)편에 오염 토사를 받아 놨다. 사진=허홍국 기자

불소는 카드뮴, 구리, 비소, 수은, 납, 6가크롬, 아연, 니켈 등 중금속과 유기인,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페놀,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석유계총탄화수소,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벤조(a)피렌 등 유기 화학물 등과 함께 토양오염물질로 분류돼 있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는 총 24종이 토양오염물질로 규정돼 있고, 불소는 시안화합물과 같은 기타 토양오염물질로 구분되고 있다. 불소는 사람이 장기간 노출되면 암, 기형아 출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양오염물질은 사업 활동이나 그 밖의 사람의 활동에 의해 토양이 오염되는 것으로서 사람의 건강ㆍ재산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물질을 말한다.

현장 확인 결과, 오염토사 높이는 기자의 키 1미터 65센치를 훌쩍 넘었다.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현장 전체 조경 공사에 쓰일 정도의 양은 될 듯 보였다. 사진=허홍국 기자

오염토사 용도 ‘이견’

현대건설은 불소로 오염된 이 흙을 왜 가져놨을까. 본지 확인 결과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에 반입됐던 오염토사 용도에 대해 관할구청과 현대건설은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되메우기’ 흙 용도라는 입장인 반면, 관리 감독기관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측은 ‘조경토 목적 반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인천 경자청에 따르면 당초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아파트 신축 현장에 반입된 오염토사는 조경토 목적으로 아파트 정문 오른쪽 측에 받아 놨다.

경자청 환경녹지과 관계자는 11일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신축 아파트 현장에 반입됐던 오염토사 규모는 700㎥로, 조경토 목적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되메우기’ 흙 용도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현장 확인 결과 주안 1구역 도시개발구역 현장에 반입됐던 오염토사는 되메우기 흙 용도로 받았다”고 밝혔다. 되메우기 흙은 퍼낸 흙의 양에서 시설물이 안치된 양 만큼을 공제 후 메우는 용도로 쓰이는 흙이다.

현대건설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현장에 반입됐던 불소 오염토사는 인천 경자청 허가를 받아 송도 힐스테이트 3차 예정 부지에 파란색 방수 천막으로 덮여 임시 적치된 상태다. 사진=허홍국 기자

현장선 덤프트럭 100대 분량

현장 취재결과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신축 아파트에 조경토 목적으로 반입돼 반출된 오염토사 규모는 덤프트럭 100대 분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가 지난 9일 송도 현장에서 만난 조경 및 기타 분야 관계자들에 의하면 덤프트럭(톤수 미 언급)100대 분량이 반입됐고, 아파트 정문 왼쪽(밖에서 정문을 바라볼 때) 편에 조경토 목적으로 토사를 받아 놨다.

현대건설은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자 관리감독기관인 경자청의 토사 오염 확인 이후 임시 적치 장소를 허가 받아 쌓였던 오염된 흙을 다시 걷어내 3차 아파트 예정 부지로 알려진 곳에 옮겨 파란색 방수 천막으로 가려 놨다.

반입된 오염토사 양은 눈으로 봐도 상당한 양이었다. 쌓여 있는 높이만 해도 성인남성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이 정도면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전체 조경공사에 쓰일 양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오염토사가 쌓였던 곳은 새로 구입한 흙으로 조경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터파기 작업시 흙의 오염도를 측정한 뒤 기준치 이하로 나와야 반출이 가능하다. 기준치를 넘어선 오염토양은 사토로 폐기처분하거나 정화한 뒤 재사용 또는 버려져야 한다. 일부의 경우 토사가 좋다고 판단되면 타 현장에 되메우기 흙이나 조경용으로 쓰인다. 사진은 지난 9일 방문한 주안1 도시개발구역 공사 현장. 사진=허홍국 기자

‘전전긍긍’ 건설업계

건설업계는 주안1 도시개발구역 공사장서 반출된 불소 오염토사가 아파트 현장에 반입됐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반출된 오염토사는 15만㎥다. 무게로 환산하면 25톤 덤프트럭 약 1만 대 분인데 현재까지 반입이 확인된 곳은 최근 터파기 공사에 착수한 용현ㆍ학익 도시개발지구와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 현장 두 곳 뿐이다. 용현ㆍ학익 도시개발지구는 지난달 25일 HDC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과 2조8000억원 규모의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에 따르면 용현ㆍ학익 도시개발지구 반입된 오염토사 양이 적은 양은 아니지만 반출된 오염 토사의 양에 가까울 만큼 되지 않는다. 미추홀구는 주안1 도시개발구역 시공사 측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내린 상태다.

추후 의뢰된 경찰조사 결과, 오염토사가 반입된 곳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건설업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신축중인 아파트는 재공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지만 입주한 곳은 입주민으로부터 소송이 불가피하다. 이 사안은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 중이다.

현대건설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1차와 2차 전경.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1차로 일부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가까이에 보이는 아파트가 2차 단지다. 현대건설 송도 2차는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현재 조경과 내부 인테리어 등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허홍국 기자

소명 절차 진행 중

인천 경자청은 아직 현대건설에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시공사의 소명 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송도 현장 오염토사 반입과 관련해 협력업체 간 고소로 해당 사안이 검찰 수사 중이다. 인천 경자청은 검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시공사 소명을 거친 후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2차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A13BL에 지하 2층~지상 43층, 9개동, 총 889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타입별로 보면 84㎡ 745가구,99㎡ 136가구,129㎡ 8가구로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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