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마힌드라와 産銀, 그리고 정부의 날선 눈치戰 ... 중심에는 쌍용차가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 16일 쌍용차 회생 방안 마련을 위해 방한한 인도 마힌드라그룹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산업은행을 만나 2,000억원 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주 쌍용차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2022년 흑자전환을 위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절반 정도 규모의 직접 투자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남은 절반에 대한 지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쌍용차 측이 성과급 반납 등을 포함한 자체 자구안으로 1,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산은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들이 신규 대출이나 기존 대출을 출자전환하는 식으로 이 돈을 지원해야 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마힌드라의 방한에 대해 2년 전 한국지엠이 대규모 자금을 산은으로부터 지원 받은 사례를 지적했다. 쌍용차도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를 만난 고엔카 사장의 행보 역시 2년 전 제너럴모터스(GM) 때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당시에도 GM은 우리나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고용 불안 위기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산은으로부터 8,7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산은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고엔카 사장을 만난 정부측 관계자들도 이번에는 대주주 책임을 강조했다. 한국지엠의 경우는 산은이 2대 주주였지만 쌍용차는 지분 관계가 없고 주채권은행일 뿐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본사의 글로벌 경영 전략에 따라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지엠과는 달리 쌍용차는 회사의 유일한 국내 완성차 공장인 평택공장을 폐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산은은 지난해에 쌍용차에게 내키지 않는 대출을 해준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쌍용차 해고자 119명 복직 문제를 마힌드라 회장에게 언급한 것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방한해 산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개입하면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엔카 사장은 지난 17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고 난 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현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접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마힌드라가 총선을 앞두고 친(親)노조 성향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볼모로 '거래'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고엔카 사장은 우선 산은에 대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현재 토지와 공장 설비 등을 담보로 산은으로부터 1,900억원, KB국민은행 100억원, 우리은행으로부터 400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이다. 급한 부분은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 대출금 9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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