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ㆍ교육업무 권한 셀프 악용…일신상 조치 단계 남아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자체 내부 감사로 직무 권한을 남용해 본인 어학 성적을 조작한 직원을 잡아냈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최근 공시된 한수원 2020년도 특정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산하 한 본부 인사 관련 부서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어학 성적을 임의로 수정해 ‘정직’ 처분의 징계를 요구 받았다.

해당 직원은 사내어학 단체평가 토익점수를 800점대서 900점대로 적절한 절차 없이 수정 등록하고, OPIC과 JPT성적도 임의로 신규 등록한 사실이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점수 조작이 가능했던 것은 본인에게 부여된 어학성적 유지보수기능 업무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 직원은 사업소 인사 관련 부원으로, 인사ㆍ교육담당자로 2017년 2월 28일부터 현재까지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중이다.

감사실 측은 내규 및 실정법 위반을 들어 인사상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인사위원회에 요구했다.

중징계 근거는 교육훈련지침과 형법 제232조의 2(사전자기록위작ㆍ변작죄), 314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이다.

교육훈련지침에는 전산입력자료 변조행위자는 해당 외국어 취득성적을 0점 처리하고, 관련부서에 통보해 소관인사위 회부 등 징계조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어학성적 관리를 포함한 교육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도 근거 중 하나다.

사진=한수원 2020년도 특정감사결과 보고서

아직까지 ‘정직’ 요구만 있을 뿐

그러나 ‘정직’ 처분 요구만 나왔을 뿐 해당 직원은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다. 분명한 내규와 실정법, 직무를 위반 감사 결과에도 인사상 조치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수원 측은 절차에 따른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일신상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인사위 재적위원 3분 2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한수원 2018년 12월 말 기준 징계 종류, 효력 및 양형기준에 따르면 징계는 조사담당부서로부터 신분상 조치 요구와 징계의결 요구, 심의대상자 출석통지와 인사위 개최 및 의결, 징계대상자 징계처분 및 조사 담당 부서 회신을 거쳐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고나 재심의를 거치면 명백한 위법에도 징계 조치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의 경우 정직이 끝나고 징계 처분일로부터 18개월간 포상 제한만 있을 뿐이다. 임금 미지급과 상여 감액 조치 등의 부가적인 처분도 함께 내려질 수 있다.

한수원은 성희롱ㆍ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만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주운전을 했을 때 혈중알코올 농도가 심하게 나온 경우 해고 사유가 된다.

이번 징계 처분 요구는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입시나 채용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분명한 위법행위가 구속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인 셈이다.

해당 직원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하더라도 공기업 내규를 알면서도 직무를 위반한 사안의 무거움을 가벼이 여길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정직 처분 요구가 낮은 수준의 인사상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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