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 8년 만에 메디힐 26개국 수출, 16억 개 판매 돌파 거침없이 성장 중
치중된 단일품목, 대 중국 수출 수익성은 ‘나락’…포트폴리오 확대가 ‘과제’

서울 강서구 L&P 코스메틱 본사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최근 완화된 경기 부진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위축세로 돌아섰다. KDI 올해 경제 상장률 전망치 2.3%내외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KDI가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도 이 같은 진단이 담겼다. 경기 전반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도 대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해졌다는 분석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악화된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국산업을 이끌던 반도체와 화학 등 관련업계 성장도 한계에 직면해 신성장을 이끌 기업이 필요해졌다. 향후 신성장 사업 측정 핵심 지표로 언급되는 게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니콘기업’이다. 현재까지 11개 기업이 선정됐고, 유니콘기업 범주도 IT정보기술 분야에서 바이오까지 외연을 넓히며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향후 신성장 사업을 이끌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2의 아모레퍼시픽 스토리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나올까. 국내 유니콘 기업 중에서는 L&P코스메틱(이하 엘앤피코스메틱)이 유력하다. 2009년 설립된 후 2012년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을 론칭 뒤 급성장하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메디힐은 전 세계 26개국에 공식 진출한 상태고, 지난해 6월 누적판매량은 16억 개를 넘어섰다. 이는 2018년 14억 개에서 2억 개 가량 늘어난 판매량이다.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와 현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공짜 사은품에서 K뷰티 주역으로

엘앤피코스메틱은 창립 3년 만에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 론칭을 시점으로 체격이 커졌다. 성장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기는 2014년부터다. 2014년 3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시작으로, 2015년 500만 달러, 2016년 2000만 달러, 2017년 5000만 달러, 2018년엔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5년간 수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에 비례해 메디힐 매출액도 해외 시장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 비중은 60%안팎에 이를 정도로 내수보다 해외 경기에 민감해졌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글로벌 마스크팩 강자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스크팩은 2010년 전후까지만 해도 공짜 사은품에 머물던 상품이었고, 2015년 전후로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화장품 업계에서도 K뷰티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마스크팩 브랜드를 가지고 2017년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공짜 사은품을 K뷰티 주역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는 프리미엄 마스크팩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엘앤피코스메틱이 메디힐 론칭 뒤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와 매출 성장세가 매서워 제2의 아모레퍼시픽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려 나갈지 여부다.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 중국 시장에 진출해 동북 3성 백화점과 전문점 유통 경로를 통해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알린 뒤 거기에 안주하지 앉고 새 브랜드를 론칭,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이 당시 아모레퍼시픽이 현지 조사를 거쳐 2002년 9월 새롭게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는 ‘라네즈’다. 시장 공략에 힘을 주기 위해 상해에 별도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이 같은 공세적 전략은 2013년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 화장품업계 각축장이라 불리는 중국시장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우뚝 서게 됐고, 그 명성은 현재도 이어지는 중이다.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마몽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마몽드는 2005년 중국을 시작으로 2016년 태국과 말레이시아, 2017년 싱가폴 등 차례로 진출하며 아시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6월 마몽드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겸 탤런트인 박신혜씨와 재계약을 맺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L&P코스메틱 사업 양대 축은 마스크팩과 색조 화장품이다. 사진=L&P 코스메틱

중국 매출 편중은 ‘독이 든 성배’

하지만 중국 매출 편중은 ‘독이 든 성배’처럼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메디힐을 내세워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해왔던 엘앤피코스메틱은 2016년 하반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여파로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매출이 역성장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엘앤피코스메틱 매출은 2013년 100억원에서 2014년 570억원으로, 2015년에는 1890억원으로, 2016년엔 4015억원을 달성하며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7년 사드사태가 본격 불거지자 매출은 빠졌다. 엘앤피코스메틱 2017년 매출은 3286억원으로 전년대비 18.2%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74억원 가량 줄었다. 그 다음해인 2018년 매출도 약 79억원 가량 감소하는 등 외형이 약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모두 감소세다. 영업이익률은 2016년 105%에서 2018년 -37.8%로 주저앉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ROE와 ROIC도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줄어드는 추세다. ROE는 2016년 66.31%에서 2018년 14.51%로 감소했다. 쉽게 말해 연초 1000원을 투자해 연말 66원 이익 내던 것이 14원으로 내려앉았다는 의미다. ROIC도 같은 기간 215.19%에서 28.66%로 감소했다. 실제 영업활동에 투입한 자산으로 영업이익을 예전만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았다고 반색할 일은 아니다.

엘앤피코스메틱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을 이끈 마스크팩 제품군과 중국 시장 덕이다. 매출이 단일 품종과 단일국가에 치중해 있다보니 수출국가의 경기 현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 엘앤피코스메틱 중국 의존도는 2016년까지 65%에 달했고, 2018년 40%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크다. 엘앤피코스메틱 중국법인은 2018년 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 흐름과 엘앤피코스메틱 성장세는 꾀를 같이한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갈 길 먼 탈(脫)중국, 시장 포기할까

엘앤피코스메틱이 대 중국 수출 비중을 줄이는 탈(脫)중국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 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메디힐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주요 외국 마스크팩 브랜드 중 1위에 오를 만큼 현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고, 마스크팩 시장이 매년 10%대 이상씩 성장하기 때문이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중국 마스크 팩 시장 동향에 따르면 마스크팩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주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황사와 공장가동 등 환경오염에 따른 노화 현상 가속화에 따라 마스크팩 보급률과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매년 10%대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고, 오는 2022년 판매량이 75억 개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화장품업계에서 마스크팩 제품은 2017년 스킨케어 제품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했고, 2018년 마스크팩 소비량은 34억6000만개에 달했다. 코트라는 중국 마스크팩 업계가 대형 브랜드 독과점 현상이 없는 급성장기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새로운 기업과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메디힐은 중국 진출 주요 외국 마스크팩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중국 현지 1위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마스크팩 판매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달리 보면 엘앤피코스메틱 입장에서 왕좌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지만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선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메디힐은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마스크팩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L&P 코스메틱

절실해진 메디힐 글로벌 수출 확대

엘앤피코스메틱은 포트폴리오 확대가 시급해졌다. 현재 탈중국화를 위해 미국, 동남아 등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나섰지만, 중국 매출 비중이 여전히 크다. 미국과 브라질, 일본 등 글로벌 화장품 시장으로 수출 전선을 확대하는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2018년 11월 미국 법인을 설립한 뒤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엘앤피코스메틱은 1년간 현지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10곳에 입점했고,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월그린즈 742개 점에 마스크팩 및 스킨케어 제품 20종을 유통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3000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게 엘앤피코스메틱의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내 점포 개수가 증가하는 만큼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마스크팩 경쟁은 치열하다. 더욱이 현지 진출이 곧 회사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 내 점포 유통 채널 확장은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큰 틀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미국 뿐 아니라 브라질과 독일 시장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다음 큰 화장품 시장이기 때문. 이미 진출한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2019년 화장품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산업은 전 세계적 불황에도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위상을 넓혀가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 부상과 신흥시장 발전가능성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로 분석된다.

글로벌 화장품 산업은 성장 중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도 글로벌 화장품 산업 성장세를 예고한다. 유로모니터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는 3918억 달러(476조 6247억원)다. 이는 전년대비 1.1%로 증가한 시장 규모로, 2016년 다소 둔화됐던 화장품 산업이 2017년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는 2022년 세계 화장품 시장규모는 4487억 달러(546조 2922억)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개별국가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741억 달러로 가장 크고, 이어서 중국479억 달러, 브라질 282억 달러, 일본 328억달러, 독일 159억 달러 규모다.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116억 달러다.

화장품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인도, 태국 등 화장품 신흥국가들의 성장률이 전 세계 평균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4월 26일 유니콘기업 현장방문으로 서울 강서구의 L&P코스메틱을 방문해 권오섭 대표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주목받는 수장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주목받고 있다.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이 난국을 돌파할지 세간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화장품 업체 왕생화학(현 네슈라화장품) 창업주였던 어머니에 이어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2세 경영인으로, 1992년 업계에 첫 발을 내딘 후 28년째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신세대화장품, 코스피클럽, 차밍코리아 등 다수 화장품 회사를 설립했지만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안에 모두 문을 닫았다. L&P코스메틱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권 회장은 2009년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대박이 나면서 그간의 설움을 떨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화장품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뷰티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이런 애착은 메디힐 대표상품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와 티트리 케어솔루션 등의 아이디어를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