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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책임경영①] 위기에 빛난 3세대 경영인 삼성 이재용의 현장 리더십

기사승인 2020.05.18  10: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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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실질적 오너로 메르스ㆍ日경제보복 극복하고, 코로나19 ‘위기관리’ 중
3년간 무보수로 사업 재편 진두지휘, 시스템 반도체 등 신사업 발굴 이끌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 12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방안 마련을 위한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재계가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넘어 기업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 Conduct, RBC)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율규제를 통한 자발적 정도(正道)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의미다.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돈 잘 벌어 성장하면 끝난 것이 아닌 경영활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예방하고, 그것이 발생하면 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까지 포함한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인 것. 이런 점으로 볼 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영학회 등이 2년 전 경주에서 열린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기업책임경영의 확산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재계의 중요한 변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아직도 반(反)기업 정서는 팽배한 분위기다. 국회에 쌓인 수백개의 재벌개혁법안만 봐도 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숙명처럼 여기고,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책임경영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6년 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장 질환으로 쓰러진 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로, 1991년 삼성전자 공채 32기로 입사한 뒤 23년 만에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맡았다.

이 부회장이 그룹 오너로서 첫 행보를 보인 것은 한화그룹과 빅딜이다.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당시 삼성토탈(현 한화토탈)과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4개사를 한화 측에 넘겼다. 이를 기점으로 쏘아 올려진 사업 재편은 그 다음해 10월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등 4개사를 롯데그룹에 넘기는 매각으로 이어졌다.

하만은 JBL, 하만 카돈을 비롯해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가진 거대기업이다. 사진=뉴시스

승승장구 후 시련

이 부회장은 그룹 리더로 오른 후 승승장구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200조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며 영업이익은 증가세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실질적 그룹 총수 역할을 처음 맡았던 2014년 매출 206조 2060억원, 영업이익 25조 251억원을 기록했다. 3년 후인 2017년엔 매출 239조 5800억원, 영업이익 53조 6500억원을 각각 거두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제일모직)합병 비율이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시련이 닥쳤다. 합병 비율은 경영권 승계 논란으로 번졌다. 승계 논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5월 1주당 1대 0.35로 합병됐는데, 이것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됐다는 데서 불거졌다. 그 근거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체격에 절반도 채 되지 않음에도 삼성물산보다 높은 가치를 받았다는 것.

삼성 측은 당시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된 사안으로 2017년 2월부터 약 1년간 수감생활을 하고, 2018년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 부회장은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손을 놓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논란이 수면으로 불거졌던 2016년 하반기, 정확히는 그해 11월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가는 약 9조3000억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오디오 분야를 넘어 커넥티드카 사업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더 나가서는 커넥티트카 관련 전장사업 진출로 차기 삼성 주력 사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만 인수는 해외에서 더 주목 받았다. 이 당시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는 "삼성의 새 먹거리는 이제 스마트폰이 아닌 자동차”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만은 JBL, 하만 카돈을 비롯해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가진 거대기업이다. 단순히 오디오 생산 기업이라고 판단하면 큰 ‘오판’이다. 하만은 전 세계 카오디오 부문 1위, 인포테인먼트 부문 1위 업체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카오디오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ㆍ텔레매틱스 등 전장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이 대표적인 거래처다. 전장산업은 오는 2025년 약 1000억 달러(한화 122조)규모로 성장이 예고된 시장이다.

‘무보수’ 경영복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그룹 수장으로 2018년 3월께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이끄는 리더지만, 2017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이른바 ‘무보수(無報酬)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점이다.

실제 4년 전 물의를 빚고 최근 복귀한 화장품업계 한 기업 대주주 겸 전 대표이사의 경우 무보수 경영에 나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재계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만 이 부회장과 함께 회사 측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꼽힌다.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그해 8월 향후 3년간 공지능(AI)ㆍ5세대(5G)ㆍ바이오ㆍ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등 4대 핵심 미래 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내놨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신규 투자도 밝혔다. 이런 일련의 투자는 1년간 멈춰진 경영 시계를 실질적인 그룹 총수로서 정상화시키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로 읽힌다.

일본은 지난해 8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을 각의 통과 후 5일만인 그 달 7일 관보에 게재됐다. 사진=뉴시스

허(虛)찔린 이 부회장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일본의 징용판결 경제보복으로 허(虛)를 찔렸다. 일본이 지난해 8월 하이트 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를 배제하면서 수입해온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 등 3대 핵심 소재 공급이 막히면서 비상이 걸린 것. 이 부회장은 이미 일본 화이트 리스트 배제 움직임을 파악하고 지난 7월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고,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가 현실화되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 후 나흘 만에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주요 전자ㆍ부품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때 열린 비상경영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다. 이후 충남 온양과 천안 등 전국 주요 사업장들을 돌며 일본 화이트 리스트로 발생한 문제점들을 살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대 반도체 소재 수입 길이 막히는 것이 확실시되자 일본으로 직행,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일본 케이오오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현지에서 일본 정ㆍ재계 인맥을 만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두 달 후인 지난 9월에는 일본 재계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을 참관했고, 당시 이 부회장은 후지노 캐논 회장과 일본 재계 관계자 등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미팅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만 세 번이다. 모두 신성장동력 발굴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 방안을 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메르스 이은 코로나 ‘시험대’

현재 이 부회장의 고민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펜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것에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국내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상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마이너스,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폭이 작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 후폭풍은 전 산업분야에 직ㆍ간접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제약되고 있는 것이다. 잡힐 만하면 또 다시 코로나19는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부회장도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시험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런 점을 감안, 올해 협력사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긴급 자금 2조 6000억원을 지원했고, 300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에 지급했다. 여기에다 졸업과 결혼이 미뤄져 어려움을 겪는 화훼 농가 지원을 위한 ‘꽃 소비 늘리기’도 동참하기도 했다.

범(汎)국가적인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00억원 규모 구호물품과 성금을 기부하고,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경북 영덕연수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더나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마스크 33만개 확보해 기부했고, 정부의 도움 요청에 마스크 필터용 원자재약 53톤의 수입 지원 사격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코로나19 극복의 솔선수범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때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는 같은 맥락이다. 이 당시 이 부회장의 사과는 재계 1위 그룹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총수답게 책임지는 행보였다는 평가다.

또 같은 해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 512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3000억원의 사재를 투입했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성공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지금까지 50년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합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이후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바꿨다. 사진=뉴시스

총수로 아쉬운 한 가지

하지만 총수로서 아쉬운 한 가지는 남아있다. 삼성전자 입사 25년 만에 선임된 사내이사를 지난해 내려놨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27일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10월 등기이사를 퇴임했다. 부회장과 총수 역할을 수행하면서 법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글로벌 그룹 삼성의 리더로서 격이 맞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영향으로 분석되지만, 미등기 이사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재계에서는 재판이 마무리되고 적절한 시기에 다시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독립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한 것도 준법경영과 더불어 투명하고 책임지는 경영을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로 보인다.

허홍국 기자 skyhur@naver.com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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