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 사진=육동윤 기자]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성격이 도드라지는 차들이 있다. 아우디 A7도 그렇다. 처음 출시부터 세단 오너들의 부러움을 샀다. A7은 흔히 말하는 패스트백이라는 말의 근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2010년 1세대 출시 당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A6를 만족스럽게 탔던 이들이라면 다음 차로 A7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을 테다.

클래식카 중에서도 패스트백 타입은 존재했다. 당시에는 주로 GT라고 불렀다. GT는 그랜드 투어러의 약자로 지금도 사용되는 용어다. 물론 이 용어에는 해치백 타입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옛 GT는 실용적이면서도 장거리용 스포츠카가 많았다. 주로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그리고 마세라티 등의 유럽 스포츠카가 그랬다. 기억에 가장 남는 차는 제임스 본드가 타던 애스턴 마틴 DB4 GT나 람보르기니 미우라 또는 에스파다 시리즈다. A7은 이들 성격과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한 차다.

물론 A7에서 고전 GT의 감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첨단 조명 기술을 담은 차량 외관 디자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인테리어도 매우 현대적인 모습이다. 특히, 센터페시아 위, 아래를 꽉 채운 듀얼 스크린이 그렇다. 덕분에 물리적 버튼들은 최소화 됐지만 사용법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상위 등급인 A8 모델에서 이미 시연을 한 상태지만, 그리고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운전자의 연령에 따라 디지털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세련되고 한 번 알고 나면 편리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군더더기로 느껴진다. 화면의 위치도 상대적으로 아래쪽에 위치하기에 고개를 돌려 보고 작동하기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다만, 놀랍고 반가운 부분은 스티어링 휠 뒤로 펼쳐진 디지털 클러스터다. 특히, 내비게이션 지도까지 전면에 꽉 채운 화면은 애써 고급스럽게 디자인 한 듀얼스크린의 존재 의미도 무색하게 만든다. 클러스터 스크린의 양 측면에 위치한, 나름 아날로그식 연료 게이지 등은 옛 감성을 조금이나마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깔끔하게 가독성 좋고 세련된 그래픽의 디지털 클러스터는 반응 속도에도 훌륭하다. 여러 가지 정보 화면과 지도 화면도 버퍼링이 따위는 없다.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 디지털 클러스터, 사진=육동윤 기자]

아우디 A7 2세대 모델은 변속기 레버 디자인 및 구성이 달라졌다. 보다 묵직해졌지만 보다 편리해졌다. 드라이브 모드로 한 번 당기면 일반 주행, 두 번 당기면 스포츠 모드로 변경된다. 중립은 그 상태에서 한 번 위로, 후진은 한 번 더 위로 밀면 된다. 주차 브레이크는 레버에 달린 ‘P' 버튼을 누르면 된다. 물론 전자식 오토 파킹 버튼도 기어 레버 아래쪽에 마련돼 있다. 기어 레버의 위치와 높이가 센터콘솔에 팔꿈치를 얹은 후 손을 올려놓기에 딱 알맞고 편리하다.

기어 박스는 7단 S트로닉으로 구성돼 있다. 괜찮은 변속감에 무난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다만, 보다 다양하게 주행 모드를 변경하려면 기어 레버 위쪽, 듀얼스크린 아래쪽에 별도로 마련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버튼은 터치식도 아닌 것이 누르는 물리적 버튼이라고 하기엔 경계가 없어 약간 혼란스럽긴 하다. 번거롭다면, 그냥 단순히 스티어링 휠 뒤쪽 패틀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변속기는 또한, 자동다움을 최소화하고 운전자의 의도를 적극 반영해주는 세팅이라는 생각이다. 시프트 다운이 충분히 만족스럽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가속 반응은 훌륭하다. 부드럽게 차오르며 폭발적으로 치고 나간다. 어떨 땐 터보랙이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이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주행 모드는 ‘승차감’, ‘다이내믹’, 그리고 개인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수동 모드로 달려본다면 운전의 재미는 확실한 차다. 콰트로의 특징을 살려 코너링도 완벽하게 공략한다. 브레이킹에도 충분한 신뢰감이 든다. 딱딱함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모든 모드에서 승차감은 훌륭하다. 전자식 댐핑 컨트롤 때문인지 둔턱을 넘어 보면 부드럽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채택했지만 실내 정숙성도 매우 뛰어나다. 달리고 있을 땐 웬만한 전기차보다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아우디에 주장으로는 2중 접합 유리의 적용이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전기차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이 차도 전기모터를 달고 있다. 48볼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아우디에서는 굳이 하이브리드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연비 등급표를 봐도 4등급을 가리키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표기돼 있다. 모터는 타 브랜드의 것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출발 때 모터부터 가동 시키는 어색한 느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엔진의 보조역할만을 해준다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주행에서 작은 용량의 모터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강력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향상된 것은 반가운 부분이다.

참고로 아우디코리아는 얼마 전 디젤 엔진 모델도 라인업에 합류시켰다. 더 뉴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모델이다. 이 모델이 나오기 전에는 가솔린 모델(더 뉴 아우디 A7 55 TFSI)만 국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가솔린 모델이 9,950만원, 디젤 모델이 9,712만원이다. 유종의 선택은 사실 연비 문제가 깊게 관여했지만 A7의 경우 두 가지 타입의 모델이 모두 4등급으로 비슷한 연비를 갖고 있다(가솔린 9.5km/l 디젤 10.6km/l).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연비라면 가솔린 모델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 사진=육동윤 기자]

A7에는 현대적 감각의 첨단 장비들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차선 유지 기능,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LED 조명으로 시각화된 아우디 레이저 라이트를 포함해 하차 경고 시스템, 사이드 어시스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및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360 카메라, 프리센스 360, 교차로 보조시스템 등 모든 편의, 안전 장비가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 되어 있다. 운전석 시트 마사지 기능은 보너스다.

다만, 뒷좌석은 넓지 않다. A7은 가족용 차량은 아니다. 역시 쿠페형의 보디 타입은 한계가 있다. 키가 큰 탑승자라면 머리 공간이 부족할뿐더러 갑갑함이 거주성에 약간 걸림돌이 된다. 대신, 널찍한 선루프가 이를 조금은 만회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 한 명 또는 덩치가 작은 여성이 앉기에 충분할 뿐이다. 뒤쪽 해치백을 열면 적재 공간은 넓어 보이지만 낮은 루프라인으로 부피가 있는 짐을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여행용 트렁크, 골프백을 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969년 작품인 영화 이탈리안잡 인트로에서 매트 몬로의 ‘One days Like These'의 배경 음악이 깔리며 이탈리아 출신 배우 로사노 브라지가 미우라를 몰고 나오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더 뉴 아우디 A7은 클래식 GT의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다. A7은 비즈니스맨에게 있어 일상생활에 타고 다닐 수 있는 모델이라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쩌다 떠난 해외 출장에서 단기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가급적이면 가족여행은 다른 차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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