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8년 만에 연간 거래 5조, 누적 주문 2억건 돌파 자율주행 배달 로봇까지 영역 확대
워라밸 기업으로 ‘우뚝 서’…‘갑질’ 논란 재발, ‘요기요’ 합병 독점 우려 해소 도약 ‘관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위원장이 지난해 5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르호봇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K-Startup Week ComeUp 2019 조직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K-Startup Week ComeUp 2019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경기가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침체로 돌아섰다. KDI는 최근 올해 경제 상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최근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기 전반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폭이 작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국산업을 이끌던 반도체와 화학 등 관련업계 성장도 한계에 직면해 신성장 사업을 이끌 기업이 필요해졌다. 향후 신성장 사업 측정 핵심 지표로 언급되는 게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이다. 현재까지 11개 기업이 선정됐고, 유니콘기업 범주도 IT정보기술 분야에서 바이오까지 외연을 넓히며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향후 신성장 사업을 이끌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예술고 진학이 가정 형편상 어려워 실업계를 진학했고, 고 3때 디자인 학원 등록으로 그 분야 최고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됐다. 28살 때 디자인 팀장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2억 원의 빚만 남긴 창업 실패의 맛도 봤다. 그 후 2010년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재창업에 뛰어들어 현재는 기업가치 3조 원을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배달앱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율주행 배달로봇까지 무한 사업 확장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선 김봉진 대표가 이끄는 우아한 우아한형제들은 창립 8년 만에 자영업자와 연간 거래액이 5조원을 넘어섰고, 누적 주문건수도 2억건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의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배달앱인 배달중개사업에서 외식업 자율주행 배달로봇까지 그 영역을 무한히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면서도 외식업 적용기술 개발에 끊임없는 투자를 이어왔다. 2017년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배민데이빗’으로 시작해 현재는 자율주행 배달로봇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지난해 5월 건국대학교와 손잡고 연구가 시작됐다. 지난해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실외 주행 테스트를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교육과 현장실습, 창업보육과 연구 인력 교류 등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를 위한 산학협력을 지속 중이다.

여기에 서빙 로봇을 넘어 요리 로봇 개발까지 영역을 확대한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이끄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산하 로봇 연구소 ‘로멜라’와 손잡고 요리로봇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앞서는 지난 2018년 서빙 로봇인 ‘딜리플레이트’를 피자헛 매장에 납품하기도 했다.

배달 로봇 역시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현대그룹 ITㆍ물류 계열사인 현대무벡스와 배달로봇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현대무벡스는 승강기와 로봇을 연동한 층간 이동, 건물 내 사물통신(M2M),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하면서 1단계 시범사업과 2단계 본 사업 등을 맡았고,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달 로봇 개발의 최종 목적은 음식 배달 등을 건물 내에서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안전함을 제공하는데 있다.

이처럼 외식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무한 확장해 나가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2010년 6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런칭했고, 그 이후 총 6번의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 후 다음해 2월 실리콘밸리 기반 투자사 알토스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 IMM 등으로부터 20억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벤처캐피탈 본엔젤스 파트너스로부터 3억원 투자 유치했다.

그 뒤를 이어 2014년 2월 알토스벤처스 등 4사로부터 120억원, 같은해 11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 투자 유치했고 2016년 4월에는 아시아 최대규모 투자사인 힐하우스 캐피탈로부터 5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7년 10월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을 유치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캡처

부러움 사는 삼성 못지않은 사내 문화

우아한형제들은 유니콘 스타트기업으로서 국내 내로하는 사내 문화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심지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워크앤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로 알려지면서 최근 지원자도 많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른바 우아한형제들은 워라밸 쩌는 회사로 통용되고 있다.

네이버 스팩업 카페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 지난해 평균연봉은 4700만원 가량이다. 중소기업 치고는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우리나라 월 평균임금 287만원(통계청 2017년 기준), 연봉 3444만원과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가 구인구직포털 벼룩시장, 알바천국과 공동으로 ‘2019년 중소·중견기업의 중장년 채용계획 및 채용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온 보수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이 당시 통계로는 월 276만원, 연봉으로는 3312만원 가량이다.

연봉 이외에 근무시간도 유연하면서 짧다. 특히 월요일 출근은 오후 1시까지여서 월요병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밖의 화~목 근무시간은 7.5시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연봉과 근무시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2014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강연에서 말했던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창업 4년차 때 세바시 강연에서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직원 선발 때 들었던 내용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 당시 많은 지원자로부터 회사와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확고한 비전이 있는지, 어떻게 회사 내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소통과 존중받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키워드를 꼽아보면 비전과 성장, 소통과 존중이다.

이런 김 대표의 노력은 지난 2013년 포털 데모데이가 꼽은 ‘2013년을 빛낸 100개의 스타트업’에 선정되고, 2015년 11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더 나가서는 2017년 흑자를 달성하고, 2018년 기준 연간 거래액 5조원을 돌파하는 데 사내문화가 원동력이 된 것이라 해석된다.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지난 2월 17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 앞에서 일방적 배달료 삭감 반대 및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건은 ‘갑질’ㆍ배달앱 ‘독점’ 우려 해소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 1위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갑질 논란 재현과 배달앱 독점으로 인한 폐해 우려를 해소하는 것에 달렸다.

우선 지난 4월 벌어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수수료 개편 논란만 봐도 그렇다. 배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일부 업소 시장 독식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고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피해는 자영업자만 보는 꼴이 됐다. 이는 ‘갑질’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점을 사과했지만, 또 다시 좋은 취지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배민 수수료 개편이 없을 것이란 점을 배제하지 못한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4월 내놓은 수수료 중심 광고상품인 배민 오픈서비스는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기존 광고 1건당 월 8만8000원을 내면 되는 정액제(울트라콜) 모델을 소위 ‘깃발꽂기’로 지역 광고를 독식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수수료 개편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개편은 결국 비난을 자초했다. 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료 부과 방식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 배달앱 플랫폼 ‘배민’을 향해 “독과점의 횡포”라며 도 차원에서 공공 배달앱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아한형제 측 사과에도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못해 사과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우아한형제들은 ‘갑질’ 이미지가 덧칠해졌고, 이는 해결해야하는 과제로 남은 상태다.

이달 들어 배민이 소비자와 맺은 서비스 약관을 공정위가 심사-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조항으로 지목된 약관 4개를 자진 시정한 것도 뒤집어 보면 불공정 약관을 통한 횡포를 부려온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요기요’와 합병에 따른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도 크다. 국내 배달앱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의 합병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사실상 시장 독점적 위치에 올라 독과점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것.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초 국내 최대 배달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국내 2,3위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상공인 경제적 이익 침해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을 저해하고, 장기적 독점으로 인한 배달 수수료 상승 우려가 있다”며 합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이 올해 4월 6일 서울, 경기도 및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앱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배민과 요기요 두 업체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6.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병 반대 이유는 독점시장 형성으로 인한 음식 가격 및 배달료 가격 인상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사업 혁신이나 서비스 향상 동기 저하, 소비자 혜택 감소 순이다.

사진=뉴시스

김봉진 호(號) 창업 초심으로 돌아갈까

우아한형제들은 “정보기술산업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비전을 갖고 창업됐다. 현재는 배달앱을 통한 배달중개사업을 넘어 푸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진화된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김봉진 대표는 창업 초기 전단지 앱 개발에 착수하면서 길거리나 휴지통을 뒤져가면서 전단지를 꾸준히 모았다. 창업 후 3년 만에 세바시에 나와 전 세계에서 전단지를 제일 잘 줍는 사람이 됐다는 소회도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현재 김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배달앱 합병에 따른 독점 이슈다. 무엇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기업이 시장 점유율 99%를 가져가게 된 데 대해 공정위 인수합병 통과 여부다. 외식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광고 수수료 인상 등 독점 횡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민 수수료 최저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지만 시장 이해 관계자들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 합병 결론이 어떻게 나든 시장 안팎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왔는지 창업 초심을 되돌아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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