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왕자 사건‘...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시계제로‘
與 내부서도 강경론..“개성공단 폭파와 비교도 안돼” 엄정 대응 촉구
김종인 "대북 장밋빛 환상이 핏빛 재앙 돼“ 문 대통령 47 시간 정조준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1일 실종 뒤 22일 실종 공무원이 관측, 피격된 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 인근에 보이는 북한 경비정의 모습. ⓒ뉴시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한 주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으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심각한 타격은 물론 향후 돌파구 마련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게다가 정체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등 대북통 인사카드를 단행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 또한 좁아지게 된 형국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북측의 총격에 우리 민간인이 사망한 것은 두 번째 사례다.

24일 군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공무원 A(47)씨는 이튿날 오후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측은 최초 발견 당시 어업지도선에서 A씨와 일정거리를 두고 방독면을 쓴 채로 표류 경위를 들었고 이후 A씨는 같은 날 밤 22시10분께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피격된 뒤 해상에서 불태워졌다. 군은 북한이 국경지대에 유입된 생명체를 무조건 사살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A씨에게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는 북한 해군 상부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당장 사태 파악 및 해결 방안 마련에 여권은 긴박히 움직였다. 청와대는 24일 낮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고 지시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 겸 안보실 1차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24일 더불어민주당 국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북한 해역 실종 선원 피격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뉴시스

與 “비무장 민간인 사살 경악”

여권 내부에서도 북에 대한 강경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국방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개별 의원들도 "야만적인 살인행위", "개성공단 폭파와는 비교도 안되는 사안"이라며 분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우리 국민에 대한 북한군의 살인행위를 규탄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악할 일이다. 전투상황도 아니고, 한밤중도 아닌 대낮에 사람을 체포해서 심문했다면 그 이유가 월북이든, 표류이든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가 기밀을 탐지하기 위한 스파이 행위를 했다고 의심되더라도, 심지어 전쟁 중에 잡힌 포로라고 하더라도 재판 절차도 없이 현장에서 사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가 존립 목적이 국민의 생명 안전 보장인데 어떤 것도 용서 못한다"며 "월북이나 범죄를 저질렀어도 우리가 처벌해야지 개성공단 폭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박왕자 때 사건과 다르다"며 "사살 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말이 화장이지 불태워버린 것이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사실관계가 최우선이지만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성명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파상공세

이번 사건과 관련 야권은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안보 부실이 낳은 국가적 재앙"이라고 규정하면서 "문(文) 정부의 대북 장밋빛 환상이 우리 국민의 귀중한 생명을 처참하게 앗아가는 핏빛 재앙이 됐다"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를 마친 후 입장문을 내 "책임자 처벌에 앞서 대통령의 47시간을 비롯, 이번 사태의 원인이 반드시 밝혀져 비정상적 국가안보 상황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진상규명 대상으로 △21일 사건 당일 군과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인지했음에도 사흘이 지난 24일에 공개한 이유 △대통령의 이번 사태 최초 인지 시점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보고받았다고 한 후 10시간 뒤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구출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이유 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북한 김정은에게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며 "북한에 반인도적 범죄 행위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고, 유엔 안보리에도 회부할 것을 정부에 강력 촉구한다.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23일 새벽 1시에 긴급 관계장관회의(NSC)를 소집할 정도였다면 이에 앞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종전선언' 메시지를 담은 유엔연설의 전면 중단이었다"고 강조헀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당한 엄청난 일이 발생했는데도, 대통령은 새벽 1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수호자여야 하는데, 보고를 받은 후인 23일 오전에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도 정작 북한의 대한민국 국민 사살과 해상화형이란 희대의 도발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언급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유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셨나"라며 "국민에게 위해가 닥친다면 나라 전체가 나서서 대응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국민이 총격을 당하고 참혹하게 불태워지는 그 시간에 대통령과 대한민국군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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