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회장, 지주사 출범 이후 초대 제외 모두 관료 출신
지주사 출범 10년 맞은 만큼 내부 출신 회장 선출 가능성도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김광수 전 회장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NH농협은행

1대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

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1일 임기에 돌입하면서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금융권 시선이 모이고 있다. 

차기 회장에 누가 선임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일단 관료 출신들이 이번에도 농협금융 회장직에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모두 관료 출신들이 농협금융 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금융 임직원들 사이에선 이제 내부 출신 회장이 나올 때가 됐다는 반응이다. 

농협금융이 출범한지 벌써 10년이 된 만큼, 내부 출신 인재가 회장 직에 올라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 임추위, 연내 단일 후보 추천할 듯

NH농협금융은 김광수 회장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지난달 27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1차 회의를 열었다. 

농협금융 내부 규범에 따르면 임추위는 일단 기존 회장이 사임하면 40일 이내에 경영승계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일정대로라면 내년 1월 중순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듯 하지만, 연말과 신년 초 휴일들과 연말 및 신년 행사 등을 감안하면 연내 후보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추위는 일단 인재풀에서 여러 후보들을 선별한 후 단일 후보를 선발해야 한다. 단일 후보가 선발되면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에 선임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바로 농협중앙회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금융 임추위를 살펴보면 사외이사인 이준행 성신여대 교수가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임추위원에 정재영 낙생농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추천 비상임이사)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 내외부에서 여러 후보들에 대한 검증절차에 돌입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이번에도 차관급 관료 출신?

금융권에서는 일단 농협금융이 이번에도 관료 출신 외부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농협금융의 특수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이 분리되면서 출범했다. 출범 당시에는 초대 회장에 신충식 회장이 오르면서 내부 인사가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 2대 신동규 회장(행시 14기·전 수출입은행장), 3대 임종룡 회장(행시 24기·전 금융위원장), 4대 김용환 회장(행시 23기·전 한국수출입은행장), 5대 김광수 회장(행시 27기·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모두 관료 출신 차관급 외부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밝은 관료 출신 회장들을 선호해온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영입된 관료 출신 전 회장들의 경영수완도 훌륭했다.

신동규 전 회장의 경우 막 출범한 농협금융의 지주사 체계를 확고하게 다졌으며, 임종룡 전 회장의 경우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 기틀을 마련했다.

김용환 전 회장 역시 농협은행 내 리스크였던 조선해양 관련 기업금융 부실을 대거 털어내며 ‘순익 1조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1일 한 금융사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우 태생이 농협법에 근거하고 있는 만큼 정책대출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관료 출신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번에는 내부 출신 회장 선출될까

농협금융 내부 반응은 전반적인 금융권 시각과 정반대다. 

농협금융이 출범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이제는 내부 승진을 통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 역시 경쟁 금융사들이 이미 운영해오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후보 육성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외부 출신보다는 내부 출신 임직원을 중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입에 나설 마땅한 관료 출신들이 최근 잇달아 경제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내부 출신 회장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관피아’ 논란 역시 내부 출신 회장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농협금융 내 한 관계자는 “2대부터 5대까지 경제 관료 출신들이 회장에 선임되면서 민간금융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농협금융의 유연성이 경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주사 출범 10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내부 출신 회장이 등장해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사기를 높여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