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슈퍼스타즈>부터 <올림픽>까지… ‘7080 키덜트’들에게 레트로 게임 주목 받아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WWE 프로레슬러 얼티밋 워리어와 헐크 호건(링 위 왼쪽부터) ⓒ WW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쳐

최근 SNS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태그가 있다. 

“2020년을 보내며 자신이 최대한 늙어 보일 수 있는 사실을 말해보자”라는 놀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가는 존재감에 대한 소심한 자위라고 해야 할까?

트렌드는 진보하며 동시에 회귀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레트로 게임이 이 시대 ‘키덜트’들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PC방 이전 시대 ‘아케이드’로 말이다.

레트로 게임이 부활하는 이유는 쉽고 단순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7080 세대라면 한 번쯤 오락실에 대한 기억이 있을 터다.

8비트 컴퓨터 오락기 앞에서 조이스틱을 휘젓고 있는 낯선 아저씨, 그 옆에서 다음 빌런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그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그때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몇몇 키덜트들을 위한 제품들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적잖게 살펴볼 수 있다.

추억의 알맹이는 바로 게임 타이틀 자체다. 존재감을 잃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들을 회상해봤다.

<WWF Superstars>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영원한 우리의 우상 <WWF 슈퍼스타즈>

개인적으로 1980년대 초반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으로 <WWF 슈퍼스타즈>를 꼽고 싶다.

지금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을 알고 있기에 흥미가 덜하지만, 당시에 프로레슬링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는 그야말로 대단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WWF 슈퍼스타즈>(WWF Super Stars)는 최고의 인기 레슬러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가상 경기를 펼치는 게임이다. 동작의 패턴이 한정돼 있고 몇 가지 규칙에 따라 쉽게 승패가 판가름났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실제 슈퍼스타들을 캐릭터로 활용했다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 전개가 재미를 더했다.

‘헐크 호건’, ‘얼티밋 워리어’, ‘밀리언 달러 맨’, ‘빅 보스 맨’ 등 각 슈퍼스타들은 자신만의 특징과 제스쳐가 있었고, 이는 게임을 하는 이들의 개성도 반영했다.

게임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이들 슈퍼스타들은 언제나 우리의 우상이었다.

<Double Dragon>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무식한 놈은 무식하게 처벌 <더블드래곤>

예나 지금이나 게임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분명하다. 

악당이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무식하게 가격해 납치해가는 내용에서 시작한다.

대부분 이런 식이지만, 게임의 인기는 천차만별이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게임이 바로 ‘쌍용’으로 불리던 <더블드래곤>(Double Dragon)이다.

싸움의 달인인 청룡과 적룡의 주요 공격은 ‘날아차기’, ‘팔꿈치 가격’, ‘머리채 잡아 흔들기’, ‘니킥’ 등이었다. ‘무식한 놈들은 무식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이 통한다.

가끔 악당들이 들고 나오는 무기들을 집어들고 싸우기도 하지만 스테이지를 거치면 거칠수록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녹색괴물’이 나오질 않나, 영화 <인디아나존스>에서처럼 부비트랩이 설치된 곳까지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 최종 보스는 따발총까지 들고나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Ghosts and Goblins>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할로윈 캐릭터 고민되면 <마계촌>

쌍용과 비슷한 스토리로 여자친구, 아니 공주를 구출하는 게임으로 오락실에서는 <마계촌>(Ghosts and Goblins)도 큰 인기를 끌었다.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갑옷을 입은 중세시대 기사가 마물들과 싸우며 공주를 구해낸다는 설정이다.

한 방 맞으면 갑옷이 벗겨지고 두 번 맞으면 죽는다. 잘 뛰고 잘 피하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무한대 창들을 한없이 잘 던져야만 공주를 구할 수 있다.

그래픽은 픽셀 배열이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땅 속에서 솟아 나오는 해골들이라던가 날아다니는 괴조, 할로윈 캐릭터 부럽지 않은 끔찍하고도 깜찍한 괴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게 게임의 핵심이었다.

이 게임은 워낙에 인기가 높았던지라 콘솔 게임으로도 리메이크 됐고, 2013년 넷마블에서도 온라인 판 <마계촌: 밤의 수호자>라는 타이틀로 내놓기도 했었다. 

다만, 원작 완성도가 너무 높아 후속작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Track & Field>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버튼만 있는 게임? <올림픽>

오락기에 조이스틱이 붙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1983년에 코나미(Konami)사에서 소개한 <올림픽>(Track & Field)은 죽고 죽이는 게임이 싫증나면 찾았던 게임이다.

시작은 ‘A’ 버튼, 점프는 ‘B’ 버튼, 달리기는 A와 B를 번갈아 때리면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심히 버튼들을 두드리다 보면 이두박근과 삼두박근, 손목의 근력 운동에도 도움이 컸던 게임이라고 하면 억지일까?

게임 속 올림픽 종목은 ‘100m 달리기’, ‘멀리 뛰기’, ‘높이 뛰기’, ‘허들 달리기’ 등이 있었다. 핵심은 스피드와 타이밍이다.

실제 올림픽 육상 경기처럼 세 번의 시도가 있고 최고점수로 순위를 가렸다. 최종 기록에 따라 월드 레코드를 경신한다. 비록 오락실마다 다른 월드레코드가 있었지만 말이다.

<Street Fighter II>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아케이드 최고봉 <스트리트 파이트>

아케이드 게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트리트 파이터>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류’, ‘캔’, ‘달심’, ‘혼다’, ‘블랑카’, ‘가일’, ‘춘리’, ‘장지프’는 글로벌 공용어 캐릭터가 됐다.

<마리오>, <소닉> 등 오락실 게임부터 지금까지, 후속편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몇 안 되는 톱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 이후 다양한 대전 게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파이트>의 가장 큰 재미는 오락기끼리 로컬 연결이 가능해 각자 다른 기기에서 대전을 펼칠 수 있었던 점이다.

어떤 때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쌓아놨던 동전들을 까먹으며 열받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심각할 때는 실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게임 속 캐릭터들의 전법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

<OutRun>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 유튜브

◇ 드림카 타고 질주 만끽 <아웃런>

놀랍게도 1980년대 말에 자동차 스티어링 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달고 나온 게임도 등장했다. 

1987년 세가(Sega)에서 아케이드 전용으로 출시한 <아웃런>(OutRun)이다. 

드림카를 상징했던 게임 속에 등장한 차는 1984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던 페라리 테스타로사(Testarossa) 스파이더(오픈카)였다. 

실제 차량은 V12 엔진으로 최고출력 390마력을 내며 최고속도 290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게임 속 페라리 테스타로사도 최고속도 290km/h를 찍어 달렸다. 

다소 픽셀의 크기가 컸던 관계로 사실감은 떨어졌지만, 페라리 마크는 어쨌든 잘 보이게 장식했다. 

스릴감도 스릴감이지만 게임 속 테스타로사에는 어여쁜 연인도 보조석에 타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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