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식 컬럼니스트

최근 동네 어귀에 새로운 카페가 개점했다. 이 자리는 얼마 전까지 순대국 식당이 있던 곳이다. 순대국집이 문을 닫기에 어떤 점포가 들어올까 몹시 궁금했는데 카페가 들어온다는 현수막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궁금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카페가 이미 포화될 대로 포화되었는데 또 카페창업일까? 오늘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소재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모두가 희망하는 1층 대로변 점포의 허와 실

지하철 역세권 1층 대로변. 게다가 지하철 역을 연결하는 버스 정거장까지 있는 자리.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다. 입지와 상권, 두 가지를 따져보아도 최적의 자리다. 하지만, 이런 자리라고 해서 창업에 적합한 장소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처음 창업을 해보는 자에게는 축복된 장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주받은 장소일 수도 있다.
상권과 입지가 이렇게 좋은 경우, 우선 권리금, 보증금, 임대료가 비싼 것은 상식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층 대로변에 창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부동산, 미용실, 핸드폰 가게를 예로 들곤 했다. 이유는 임대료를 낼 만한 충분한 마진구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진이 높다고 여겨지던 부동산, 미용실, 핸드폰 가게들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졌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기 때문에 어렵다. 임대료가 인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권이 죽어버린 곳은 예전만큼의 마진을 내지 못해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서다. 한 마디로 상대적인 임대료 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더 이상 프리미엄 상권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목 좋은 곳의 임대료는 여간해선 인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대료는 왜 내려가지 않는 것일까?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에 비하면 빈 점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건물주 입장에서만 본다면  점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기본이 말해주듯,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가격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1층 대로변 점포가 왜 내게 왔을까?
뒤집어 생각해보라

새로운 카페가 오픈한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뜬금없이 1층 대로변 점포의 허와 실을 말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역세권 대로변이라고 하는 프리미엄 상권, 프리미엄 입지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좋은 1층 대로변 점포가 창업 초짜인 내게 왔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거나 종교적 축복이라고 착각한다. 성경귀절 중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귀절을 걸어놓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이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이 성경귀절 자체는 사업하는 사람에게 매우 달콤한 내용이지만, 그 구절이 적혀있는 전후 내용을 읽어보면 이와 매우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경본문은 동방에서 소문난 갑부 '욥'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면서 사탄의 계획으로 인해 몰락한 욥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욥의 몰락과 고난을 지켜보던 욥의 친구가 다가와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시련이 연속되는 것으로 보아, 신 앞에 잘못한 것이 있나보다. 그러니 너는 이제라도 하나님을 찾아라. 그리하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며 남의 상황도 모르고 속도 모르면서 속 긁어놓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성경귀절을 벽에 걸어놓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될 때가 많다.
대개 1층 대로변 점포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중개업자, 건물주, 먼저 사업하던 점포사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낙관적이라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내게 행운과 축복이 임한 것처럼 여겨진다. 건물주는 "이 건물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 돈 벌어서 나갔다"는 말, 먼저 사업하던 점포사업자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인데 개인사정으로 급히 장사를 접게 되었다"는 말, 중개업자는 "시세보다 권리금도 1천만원 저렴하고, 월세도 20만원 싸다"는 말로 행운과 축복의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게 만든다.

각자의 작은 이익을 위한 악의가 만드는 행복

그런데 여기에는 각각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작은 악의가 겹쳐있다.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계약이 성사되어야 자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점포사업자는 어차피 접으려는 장사, 하루라도 빨리 가게가 나가야 임대료, 관리비 부가비용이 나가지 않는데다, 약간이라도 권리금을 챙겨야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건물주는 또 어떨까? 잠깐이라도 건물에 공실이 나는 것은 앞으로의 임대사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건물 내 다른 점포나 사무실의 수익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면 필자가 여담처럼 이야기했던 성경귀절의 맥락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센스라면, 왜 내게 이런 멋진 매장이 찾아온 것인지 깨닫을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하거나 예민한 감각, 냉철한 판단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즉 역세권 1층 대로변 매장을 시작한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하며 매장 오픈과 동시에 한 순간, 한 순간이 패배해서는 안 되는 진검승부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소리기도 하다.
바꿔 말해 이렇게 좋은 상권과 입지는 초보창업자에게는 매우 버거운 곳이다. 작은 실수가 큰 실패로 연결되며 그럴 경우, 투자한 자본금과 노력은 회수할 수 없다. 작은 실패를 해서 살짝 미끄러진 것이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큰 실패를 겪는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초보창업자라면 더욱 그렇다. 실패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창업자는
자신이 준비 안 된 것을 모른다

다시 새로 개점한 카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카페 사장님을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완전 초짜티가 풀풀 난다. 고객응대도 서툴고, 음료를 내놓는 것도 서툴다.
인건비를 아낀다고 어머니와 함께 교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바리스타 자격도 없는 근엄한 표정의 할머니가 천천히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가 얼마나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 특히 역세권 버스정거장 앞이라는 황홀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가게인데 아침 9시에 개점한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를 더 나눠보니 자신의 점포가 위치한 상권 내에 경쟁점포가 몇 개나 있는지, 어떤 메뉴를 취급하고 있으며, 메뉴의 가격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고, 운영하는 방식과 서비스 품질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지 않은 정도였다.
이 정도면 매우 심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포도 알아봐주고 인테리어도 해주고 음료제조 방법 교육도 다 시켜주었겠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다 각종 자영업 업종들의 경쟁이 치열한 때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준비 안 된 창업의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창업의 리스크들을 고민하기 전에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점검, 또 점검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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