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이 5월 3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UN NGO 컨퍼런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기문 1강 구도 속 김무성·정우택·유승민 등 '꿈틀'
격차해소'·'모병제'·'보수개혁' 등 존재감 부각 치열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야권의 대선 대표주가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라면 여권의 대표주자는 자천타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반 총장은 친박에서도 인정하는 '상수'다. 김 전 대표 역시 보폭을 넓히며 '충청 대망론' 견제에 나섰다. 이들뿐만 아니다. 여권의 잠재적 잠룡들인 정우택·유승민·남경필·오세훈 등이 정책 행보를 펼치며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젠다 선점 무한경쟁이 여권 대선 구도의 시발점이다.

여권 역시 야권과 마찬가지로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중량급 인사들의 대거 등판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라는 틀 안에서만 놓고 봤을 때 '절대적 강자' 없는 상황에서 김무성·정우택·유승민·남경필·오세훈·김문수 등 잠룡들이 자천타천 대권 후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량급 인사들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9룡'으로 불렸던 경선이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격차해소 국민통합 경제교실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무성 '격차해소'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여권 후보로 분류되는 반기문 총장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반면 반 총장의 급부상 이전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김무성 전 대표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친박계 주류가 대거 지도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일단 시기를 저울질하며 정책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가 지난달 1일 진도 팽목항 방문을 시작으로 나선 '민생투어'는 본격적 대선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김 전 대표는 직접 손빨래를 하고, '먹방'을 공개하는 등 소통에 열을 올렸다. 수염을 기른 편안한 차림으로 소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민생투어를 마친 같은달 22일에는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연변대에서 열린 '통일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대외 행보에도 적극 나섰다.

김 전 대표가 생각하는 대권행보의 다른 한 축은 '강연 정치'다. 김 전 대표는 공부 모임인 '격차해소 경제교실'을 8월 30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한국형 복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등을 주제로 열리는 경제교실을 두고 사실상 대선 정책캠프를 준비하는 전초기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경제교실을 통해 "경제 양극화가 정치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대정신은 격차해소"라는 등의 '좌클릭' 발언도 연신 쏟아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에만 치우치지 않고 진보적 의제를 포섭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우택 '더 좋은 대한민국'

충북도지사·해수부 장관·4선 의원 등을 역임하며 경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우택 의원도 싱크탱크격인 사단법인 '더 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립세미나에는 500여석 규모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20대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 박명재 사무총장, 강석호, 이장우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료 의원 30여명도 참석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놀라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아직 올바른 대한민국을 못 만들었다"며 "우리 연구소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전략을 짜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청렴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공정하게 경쟁하고 깨끗한 나라, 통일된 나라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꿈꿔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축사에 나선 서청원 의원은 "정우택 의원은 장관과 도지사, 정무위원장을 지낸 4선 의원이다. 정말 스마트한 정치인 중 하나"라며 "아까 샌드아트(모래그림)를 보니 정 의원이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고 추켜세웠다.

정 의원은 또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해오던 중 최근 여의도 인근에 대선 캠프 성격의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7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4회 2차 본회의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승민, 보수개혁 주장하며 '쓴소리'

여권의 대표적 개혁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대권 도전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유 의원이 가장 껄끄러운 상대 일 수도 있다"며 그의 잠재된 폭발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유 의원의 최근 춘천 한림대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여권 잠룡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많은 국민에게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당선됐다"면서 "취임이후 3년 반 동안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민주화 이후 5년 단임제 아래, 박 대통령을 포함해 여섯분의 대통령이 배출됐는데, 우리 새누리당은 4번의 대선에서 이긴 정당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지만 우리는 다음 대통령 선거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박 대통령에 끌려가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동료, 선배들에게 '바뀌지 않으면 우린 진다'고 얘기한다"며 "정당 입장에서 지고 나서 바뀔거냐, 지금 바뀌어도 내년에 이길 가능성이 낮다, 바뀌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다수의 의원이 언급하기를 꺼리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 민정수석 자리를 유지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게 국민들이 정의의 차원에서 납득을 하겠느냐"고 우 수석의 버티기를 비판했다.

그는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선 "제가 만약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당연히 공약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라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보수개혁을 내세우는 유 의원의 행보는 계속된다. 당장 오는 30일 서울대, 다음달 부산대 특강 등 강연 정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남경필, 모병제 등 '이슈 파이팅'

남경필 경기지사도 최근 '행정수도 이전'과 '모병제'라는 아젠다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의 대선 행보에 들어간 모습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을 사실상 대선 싱크탱크로 활용하며 활발한 행보에 나서고 있는 그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토론회에 참석,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걸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슈 파이팅'을 하고 있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2025년이면 연 38만명 정도의 아이만 태어나 그들로 63만 군대를 이끌 수 없다"며 "자원자에게 월 200만원 상당의 대우를 하면 현재보다 약 3조9000억원의 예산을 더 추가해 30만 모병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GSEEK·경기온라인대중공개강좌' 단장으로 영입하는 등 외부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밖에 여권의 텃밭에서 총선 패배 이후 사실상 대선은 물 건 너 간 거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활동을 재개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내 논란이 일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문제에 대해 "신설해서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비리를 철저하게 뿌리 채 대청소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은 공수처 문제에 대해 차별화 된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는 2014년 경기지사직에서 떠난 이후 줄곧 장외에 머물며 세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종로 지역 총선에 나서 정세균 더민주의원에게 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공(共)·생(生)연구소'를 열면서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의 지지를 받았지만 8·9 전당대회 때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깜짝 지지'한 바 있다. 결국 친박계 이정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오 전 시장의 입지는 거듭 위축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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