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범보수진영 국민통합 강조…속내는 보수표?
靑 “국회의 입장일 뿐, 탄핵 기각될 것”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르면 다음달 9일, 늦어도 13일로 예정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욱이 범여권과 청와대가 이와 관련, 사전에 교감을 가졌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등 박 대통령 측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설이 나온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진 사퇴를 통해 전직 대통령의 예우 등을 보장 받아, 최악(구속 수사)의 상황은 면해보자는 것.

또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는 한편,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정치적 해법을 통해 ‘벚꽃 대선’에서 승부수(보수표)를 띄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진 사퇴설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극명하게 갈린 상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은 탄핵 기각이 당연하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반면 야권은 이미 자진 사퇴 시기를 놓쳤다며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한다면 탄핵 심판의 징계 대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 심판은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편에선 탄핵으로 인한 파면과 자진사퇴는 효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탄핵 심리는 계속 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익명을 밝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자진 사퇴론이 불거진 것은 대선까지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 된다”면서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부담스럽겠지만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카드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자진 사퇴설이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에 대해 교감을 나눈 사실을 지난 22일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그냥 갈 것이냐, 여러 가지 정치적 해법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제안을 했고, 이후에 얘기를 나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임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전적으로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라며 “탄핵이 재판으로 결정되더라도 이후에 국민 통합 등 후유증을 치료할 방법은 정치권이 논의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21일 “사법적 해결만이 아닌 정치적 해법도 병행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주장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탄핵결정에 다 같이 승복하고, 정치권이 국론분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탄핵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여기서 얘기하기는 조금 그렇다. 하여튼 뉘앙스만 남겨놓겠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야권에서도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주장이 제기됐다. 송현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현명한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 전 틀림없이 자진 사퇴하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헌재 16차(22일) 변론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탄핵심판 선고 하루 이틀 전에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피하고자 하야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불가

반면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친박계 일부는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더욱이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의원 총사퇴’를 결의한 바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거론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련된 내용은 국회의 입장일 뿐 청와대에서는 논의될 대상이 아니다”라며 “헌재에서 바른 판결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대다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탄핵 심판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며 "대통령이 정치적,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순 있어도 법리적으로 탄핵 당할 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헌재 재판관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면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밝힌 야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설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 어떡해서든 탄핵심판을 피하려는 시간 끌기와 보수표를 얻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며 “이미 국민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줬다”고 지적했다.

탄핵 선고 3월 초 유력…박 대통령 헌재 출석하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증인신문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결됐다.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 변론기일 연장 신청을 받아들여 27일로 연기했다. 당초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3월 초로 연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헌재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헌재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심리과정에서 ‘시간 끌기’에 주력했다는 것은 공통된 견해다. 심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증인들을 무더기로 신청한다거나 변론기일 추가지정을 요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 측은 22일 헌재 16차 변론에서 박한철 전 헌재소장,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여명을 무더기로 증인신청을 요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헌재의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잡힌 만큼 청와대는 26일까지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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