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무관 주장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게 불합리했다는 특검의 주장도 반박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가 지난 2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경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55ㆍ사진)가 삼성 특검 재판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6)이 지난 14일 재판에 출석해 삼성 합병(삼성물산-제일모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ㆍ구속 기소)의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증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신 교수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게 불합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합병 의혹, 전제부터 잘못”

우선 삼성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닌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 그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했던 이유는 더 큰 이익을 누리기 위한 것”이라며 “합병 전 엘리엇도 이익을 보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엇은 ‘알박기 펀드’로서 더 큰 이익을 못 보게 되자 합병에 대해 적극 개입한 것”이라는 분석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로비로 불리할 것을 알고도 합병에 찬성해 스스로 손해를 입었다는 특검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신 교수는 “반대 입장을 나타낸 외국인투자가들은 합병 후 실제 보유 지분을 줄이지 않았다”며 “합병이 수익률에 나쁘다고 판단했으면 팔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당시 수익률과 국익 두 가지 측면에서 삼성 손을 들어 준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승계 로비 반재벌 정서 기인 

신 교수는 또 삼성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 로비를 벌였다는 특검의 판단이 반(反)재벌 정서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특검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문제 삼는데 이는 반(反)재벌 정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며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순실 사태 이후 합병 건이 (이 같은) 정서에 의해 논의된 게 아닌가 싶다”고 증언했다.

삼성 측 대리인은 이날 신 교수의 증언을 통해 “‘경영권 승계 계획으로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특검의 전제는 한쪽 견해를 너무 차용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은 “신 교수는 친(親)재벌 성향의 경제학자”라며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으로 활동한 과거 경력으로 인해 증언은 탄핵됐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신장섭 교수가 2014년 8월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김우중과의 대화’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그룹과 김우중 전 회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언론인 출신 신장섭은 누구?

신장섭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매일경제 기자로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매일경제 논설위원을 거쳐 1999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로 전직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중단되자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개성공단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며 “첫 단추를 잘못끼운 정책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낫다. 그것이 정치적 결단”이라고 견해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싱가포르대 교수로서 현대경제사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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