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지주사 출범 이래 한 차례 빼고 매년 중간배당 이어와
금감원·금융위, 배당자제 권고… 배당 안하면 주가 유지도 부담

하나금융그룹이 지주사 설립 이래 이어왔던 중간배당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나금융 전통 중 하나였던 '중간배당'과 관련,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배당 결정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중간배당을 이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감이 높았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간배당을 거른 적이 없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한 목소리로 중간배당을 자제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하나금융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전통에 따라 중간배당에 나서자니 금융당국과 척을 져야하는 게 부담되고, 금융당국 권고를 따르자니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유지됐던 주가가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한 목소리로 '중간배당' 자제 권고

중간배당에 대한 자제 권고는 금감원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4월 윤석헌 금감원장은 "유럽 중앙은행과 영국 건전성감독청 등이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및 성과급 지금 중단을 권고했다"면서 "해외 글로벌 은행들이 동참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은행권에 '배당 및 성과급 자제령'을 권고한 셈이다. 

이어 지난달 30일 금융위 산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대형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에 상한제한을 두고 자사주 매입을 금지키로 했다"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유지함과 동시에 코로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 능력 확충에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배당금 대신 충당금을 쌓아 경기침체에 대비해달라고 밝힌 것이다.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와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모두 중간배당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되자 하나금융 입장이 난처해졌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매년 중간배당을 해왔던 전통 때문에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경쟁사 대비 유지됐는데, 금융당국 권고대로 중간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주가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배당은 부담되고, 안하면 주가 걱정

그렇다고 금융당국 권고를 외면하고 중간배당에 나서는 것도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지 얼마 안됐고, 금융당국이 배상을 권고한 외환파생상품(키코)와 관련해서도 이미 척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일단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했다. 주주명부 폐쇄는 배당할 경우 주주들을 확정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 하나금융이 중간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은 이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하나금융 측은 "중간배당에 대한 여부는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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